인류의 역사는 늘 ‘에너지’의 발전과 함께했다. 142만년 전 시작된 불의 시대를 지나 화석연료의 시대에 들어선 인류는 산업혁명을 이룩했고 원자력이라는 고효율 에너지원를 통해 지금의 현대문명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에너지원은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할 새로운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그 해답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수소’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1월 수소사회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이후 많은 성과도 있었으나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에 <시사위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걸어온 수소경제의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달 4월 개소한 안성휴게소 수소충전소./ 현대자동차
지난달 4월 개소한 안성휴게소 수소충전소./ 현대자동차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경기도 동탄시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김동곤(32) 씨는 최근 수소차를 구매하려 했다가 포기했다. 동탄시에 수소 충전소가 없어서다. 한번 충전을 하기 위해선 양재, 안성, 여주 등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또한 충전소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어 야간에 충전이 불가능한 점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 늘어나는 수소차… 충전 인프라는 부족

정부는 수소차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매 시 정부가 보조금 지원하면서 국내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수소차의 판매대수도 증가 추세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소차의 숫자에 비해 수소 충전소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이 상당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국내에 보급된 수소차의 숫자는 3,436대다. 또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자료에 의하면 수소차는 올해 1~8월까지 2,145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 판매대수(268대)와 비교하면 700%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충전소다. 현재 전국에 구축된 수소충전소는 고작 31기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소차 이용자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수소차 이용자는 “서울에 업무를 보러 갈 시 상암, 양재 충전소의 경우 사람이 매우 많아 이용이 힘들다”라며 “여기에 자주 이용하는 학하 충전소는 일요일, 월요일, 휴일에 문을 닫으니 너무나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학하 충전소의 경우 오전 9시~오후 6시(화~토요일)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7월 15일부터 상암 수소 충전소의 근무인력을 늘렸다. 이를 통해 기존 수소를 주 1회 48시간 62kg 생산에서 주중 매일 120시간 동안 총 315kg를 생산해 보다 많은 수소차를 수용하고 있다. 

또한 양재 그린스테이션은 지난 7월 22일부터 충전압력을 350bar로 낮춰(기존 700bar) 용량의 절반만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보다 많은 차량이 충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런 대책 모두 결국 일시적인 대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양재 그린스테이션의 경우 충전량이 반으로 줄어 충전소를 자주 방문하기 힘든 먼 거리 이용자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울산에서 개최된 수소경제 전략보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정부,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 계획 발표… 업계 ‘반신반의’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2일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 주요도시에 누적 25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함으로써 수소차 운전자가 최대 30분 이내에 수소충전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고속도로 등 교통거점에 2022년까지 누적 60기를 구축해 수소차의 장거리 운행을 지원하고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누적 660기를 구축해 주요 도시에서 20분, 고속도로에서 75km 이내로 충전소 이용이 가능하도록 배치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2040년에는 누적 1,200기를 구축해 이를 15분, 50km 이내로 단축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의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구축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지만 운영 개시 후 수년간 적자가 불가피해 사업자가 품고 있는 부담이 크다. 

하이넷이 추산한 수소 충전소 운영 초기 손실 예상치./ 그래픽=김상석 기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 위해 관련 공기업과 회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하이넷(주)에 따르면 1kg 당 수소 판매 가격 8,000원, 수소 매입 가격 6,000원, 수소 마진 2,000원으로 가정하고 보조금 없이 올해부터 운영할 경우 내년 -20억원, 2021년 -66억원, 2023년 -144억원, 2025년 -128억원 등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이넷은 2028년이 돼야 5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투자 비용·운영 적자 부담 커… “정부 보조금 제도 개선돼야” 

이러한 초기 운영비 적자 때문에 수소 충전소 사업 공모에 선정된 일부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약 30억원의 수소 충전소 신규 건설 비용 중 1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15억원의 비용을 투자하지만 오랜 기간 운영 적자에 시달려야 하는 한다. 하루 평균 250kg의 수소를 충전 가능한 수소 충전소의 경우 현재 8,000원의 판매가에서 완판할 경우 하루 매출이 200만원에 불과하다. 연 2억원에 달하는 충전소 운영비용을 감당하기도 부족한 수입이다. 

수소경제 사회 달성을 목표로 설립한 민관협의체인 ‘수소융합 얼라이언스 추진단’의 신재행 단장 역시 수소 충전소 확충을 위해서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신재행 단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기요금 등 수소 충전소 운영비 보조와 수소 공급가격 인하 정책 확보 등 수소 충전소 보조금 지원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이넷의 관계자는 “수소 에너지 활용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22년까지 수소경제 준비기에 해당하는 우리나라가 수소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누적 착공을 포함, 수소 충전소 86기 구축할 예정”이라며 “내년도 수소 충전소 구축 예산의 경우 951억원을 확보해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 충전소 운영 적자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선 "수소 공급 단가를 낮추거나 운영 보조금 지원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사안인 만큼 지원 확대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또한 일각에선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제기하고 있어 충천소 확대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강릉 테크노파크 수소 폭발 사고와 6월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폭발 사고로 인해 수소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 반대로 인해 충전소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과연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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