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1상 효능 발표 후 상승세, 제약·증권업계 ‘거품’ 지적
이틀 연속 주식 거래대금 총액 ‘1조’, 주가 2만원대 회복
금융업계, 신라젠 MSCI제외 가능성 시사… 투자 유의 권고

각종 악재가 산적한 신라젠의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MSCI 제외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라젠이 MSCI에서 제외될 시 주가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시사위크
각종 악재가 산적한 신라젠의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MSCI 제외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라젠이 MSCI에서 제외될 시 주가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신라젠 주가가 급등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신라젠의 면역항암제(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이 간암 임상3상에서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라젠으로 돈이 몰려 주가가 최근 연일 상승하고 있다. 임상3상 결과 발표에 앞서 신라젠 임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의혹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음에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금융업계에서 신라젠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정기변경에서 제외될 가능성을 제시했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지난 23일과 24일 이틀간 하루 총 거래대금이 1조원을 초과했다.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투자자 사이에서는 신라젠이 지난달 30일 유럽종양학회(ESMO) 포스터 전시 세션3을 통해 펙사벡을 선행요법으로 사용한 임상1상 결과 발표가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할 뿐이다. 발표 내용은 펙사벡을 간전이성 대장암 환자 6명과 흑색종 환자 3명 등 총 9명에게 정맥투여 한 결과 간 전이성 대장암 환자 1명에게서 종양이 완전 소멸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간 전이성 대장암 환자 1명에게는 종양이 일정부분 줄어든 부분 반응(PR)도 관찰됐다.

지난달 30일 이전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신라젠 주가는 임상1상에서 환자의 종양이 소멸했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다음날 상한가를 기록해 1만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상승세를 타 한 달 사이 주가가 약 2배 상승했다.

그러나 제약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임상1상 결과 1건만으로 주가를 이처럼 끌어올리는 것은 무리이며 거품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신라젠 펙사벡은 임상3상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임상1상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며 “제약업계에서 신약개발은 ‘성공’과 ‘실패’ 두 가지뿐, 조건부 성공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자칫 주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가운데 HLB의 항암 신약 임상3상 성공 소식에 신라젠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며 “두 회사는 전혀 무관한데 신라젠 측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양상은 거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거품은 한 순간에 가라앉고 바닥을 드러낼 수 있는 만큼 신라젠 주주들과 투자자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에도 신라젠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신라젠은 최근 거래일 기준 4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지난 23일 하루 약 5,600만주가 거래돼 거래대금 총액이 1조90억원을 초과했다. 이날 코스닥시장 총 거래대금 약 6조2,400억원의 16.2%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같은 현상은 24일까지 이어졌다. 24일에도 5,000만주 이상이 거래돼 이틀 연속 거래대금 1조원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시장의 하루 거래대금 총액은 보통 4~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러한 가운데 신라젠의 이틀간 거래대금은 상당히 많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신라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투자자가 몰리는 현상에 거래소는 지난 8일과 23일, 두 차례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했고 24일엔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이날 종가는 전날 대비 1,400원(7.25%) 오른 2만700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정기변경에서 신라젠이 제외될 가능성을 제시해 이목이 집중된다.

MSCI는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작성해 발표하는 글로벌지수다. 국내 상장사가 여기에 편입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해외자금을 유치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호재로 꼽힌다. 반대로 MSCI에서 제외될 경우 악재로 작용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등 금융업계에서는 다음달 MSCI코리아지수 리밸런싱에서 신라젠과 셀트리온 제약이 해당 지수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업계에서는 신라젠과 같은 바이오주 투자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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