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둘러싼 비당권파의 '당비 대납' 의혹 제기와 관련해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연일 반박에 재반박, 재재반박을 이어가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당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해당 의혹을 촉매제로 손 대표의 정치적 생명에 치명타를 가하려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로 분류되는 임재훈 사무총장과 장진영 당대표 비서실장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의 주인이 손 대표인지가 중요하지 그 납부 방식이 왜 임헌경 당시 사무부총장에게 송금해서 당에 납부하는 복잡한 방식을 취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상적인 문제 제기 방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23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손 대표 당비가 확인된 것만 최소 7차례 총 1,750만 원이 타인 계좌에서 납부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당비 내역 자료를 공개했다. '타인 계좌'의 소유자는 임헌경 당시 사무부총장으로 밝혀졌다. 변혁 측은 추가 자료를 더해 현재 손 대표의 월 당비 250만원에 대한 대납액이 9차례 총 2,250만원이며, 향후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사안을 해명하지 못할 경우 (관련 법·당헌당규에 따라) 당원 자격 정지와 대표직도 궐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권파 측은 즉각 반박했다. 당시 장 비서실장은 "임 전 사무부총장이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직자 당비가 제대로 납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당대표로서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본인이 납부를 제때 하고 손 대표로부터 송금을 받는 방식을 취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당권파 측은 손 대표의 개인비서인 이승호씨가 손 대표로부터 월 당비를 현금으로 받아 임 전 사무부총장에게 전달하면, 임 전 사무부총장이 당비를 납부함으로써 손 대표의 당비 대납이 아닌 심부름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변혁 측은 2천만 원이 넘는 현금에 대한 출처를 의심하고 관련 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의혹을 제기한 이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250만 원씩 9회 현금으로 매달 뽑아서 전달한 것이라면 매달 해당 금액을 인출한 기록을, 아니면 언제 수천만원 한번에 뽑은 현금을 집에 보관하고 계시던 것인지 인출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이날 변혁이 해당 사안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손 대표를 고발한 데 이어 다음날(24일) 정론관에서 선관위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당권파 측에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상황이 이같은 지경에 이르자, 장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손 대표의 직책 당비가 대납이 아니라는 점은 객관적 증거가 제시됐는데 이번에는 돈의 출처가 어디냐고 묻고 있다"며 "당비 대납 의혹과 돈의 출처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 비서실장은 변혁 측 오신환 원내대표의 당비 납부현황을 공개하며 "월 당비 200만원을 내는 방식이 농협 계좌로 절반, 국회사무처 계좌로 절반 보내는 굉장히 복잡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오 원내대표가 왜 당비를 쪼개서 내는지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당사자의 권리고 그 사람의 돈이기만 하면 납부 방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손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도 먼저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조사해서 객관적 증거가 있는지 보고 조사 여부를 판단한다"며 "유승민 전 대표는 젊은 정치인을 앞세워 기초적 근거조차 없는 허술한 의혹 제기를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쟁점은 이번 사태로 손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느냐다. 손 대표의 궐위가 이뤄지면 당헌당규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수 있고, 이는 유승민 변혁 대표를 위시한 비당권파의 바람이기도 하다. 실제 유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탈당과 관련된 질문에 "비대위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며 아쉬움을 피력한 바 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선관위 결과에 따라 손 대표의 직과 바른미래당의 방향이 결정되는 셈이다. 손 대표의 퇴진과 동시에 비대위가 가동되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변혁이 당의 주도권을 잡고 개혁보수 색깔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비 대납 의혹 제기 불발로 손 대표의 직이 유지되면 변혁은 당초 구상했던 12월 창당 내지 한국당과의 보수통합 갈림길에 서게 된다.

변혁 측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선관위 결과가 나와야 다음을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정치인들은 정치자금 관련돼서 수사를 받으면 모두 현금으로 줬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당권파 측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현금이 부정한 돈이라는 근거가 있느냐"며 "선관위도 당비 대납 의혹이 제기됐으니 조사하겠지만, 손 대표가 왜 현금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의심할 단서가 있어야 수사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당비대납 의혹이 해소가 되니까 그 돈의 출처를 묻는 것은 전형적인 비틀기"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