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에 마련된 '오카페(Oh Cafe)'. 오신환 원내대표가 출입기자와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카페 형식의 공간이다. /정호영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에 마련된 '오카페(Oh Cafe)'. 오신환 원내대표가 출입기자와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카페 형식의 공간이다. /정호영 기자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도의에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최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당직자가 A기자에게 농담조로 건넨 말이다. 그가 오신환 원내대표실의 '오카페(Oh Cafe)'에서 꺼낸 음료를, 정치적 대립 중인 손학규 당대표실로 가져와 마셨다는 이유에서다.

A기자는 "통합을 실천하는 모습 아니냐"고 응수했다. 둘 사이 오랜 친분에서 오간 농담이나, 이 사건은 현재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집안싸움으로 분당을 목전에 둔 바른미래당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

길어지는 당권투쟁으로 당직자들은 두 파로 갈렸다. 최근 바른미래당은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지난달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당권파 15명 의원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구성된 후 당 지도부는 물론 지역위원장, 사무처, 공보실까지 사실상 전 당원이 둘로 쪼개졌다. 출입기자 편의를 위한 카카오톡 알림방도 당 공보실과 변혁이 따로 가동하고 있다.

기자가 당직자를 대하는 데 주변 눈치를 보기도 한다. 촌극이다. 한 기자는 "바른정당계 당직자에게 손학규 대표 의혹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마침 친한 국민의당계 당직자가 근처에 있으니 이상하게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비단 그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직후 변혁 일정과 관계없는 오신환 원내대표의 관련 입장문이 당 공보실 알림방을 패싱하고 변혁 알림방에 먼저 올라오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손 대표의 조국 사퇴 관련 입장문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일부 당직자들이 언짢아했다는 후문이다.

매주 월수금 오전 당대표실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는 손 대표와 임재훈 사무총장 등 당권파가 유승민 의원과 변혁을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변혁 소속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반면 매주 화목 오전 원내대표실에서 열리는 원내정책·대책회의는 사실상 변혁의 몫이다. 유 의원 주도의 변혁 자체 회의도 원내대표실에서 열린다.

손 대표 체제를 부정하는 과반 의원들이 모여 탈당 논의를 하니 당권파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변혁 입장에서도 손 대표 만한 눈엣가시가 없을 것이다. 당대표실과 원내대표실이 '상대방 성토장'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니 당직자들이 이같은 기류에 휩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며칠 전 손 대표에게 제기된 '당비 대납' 의혹 제보자와 관련해 국민의당 출신으로 구성된 노조와 바른정당 출신으로 구성된 노조가 결이 전혀 다른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당내 흐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당권파도, 변혁도, 국당, 바당계 모두 문제"라며 "다들 계파라는 큰 파도에 휩쓸려가는 거 같아서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결국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통합의 여지는 온데간데 없고 남은 것은 감정 섞인 비난과 장외 설전, 폭로·고소전 만이 당을 맴돌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손 대표나 유 의원이나 3당도 통합을 못하면서 어떻게 수권정당을 만들며 어떻게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촌평했다.

당시 A기자는 '오카페'에서 홍삼 음료와 미숫가루 음료를 집어들었다.

공교롭게도 홍삼과 미숫가루는 각각 면역력 증강과 노화 방지 효능이 있다고 한다. 집안싸움으로 면역력과 전투력만 높아진 탓인지 양측은 서로를 향한 이전투구를 멈추지 않는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만 늙어간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