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를 현장시찰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캡쳐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를 현장시찰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계관 외무성 고문에 이어 좌천됐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북한 내 중량감 인사들이 연달아 미국에 협상을 위한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까지 데드라인을 정하고 미국 측의 협상기조 변화를 촉구했으나 진전이 없자,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27일 김영철 부위원장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제반 상황은 미국이 셈법전환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우리를 고립·압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적대행위들과 잘못된 관행들로 하여 몇 번이나 탈선되고 뒤틀릴번 했던 조미관계가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형성된 친분관계 덕분”이라면서도 “그러나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거듭 연내 협상타결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올해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고자 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조급함이 반영된 행동으로 분석했다. 내년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경제부문 성과를 내야할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상이 풀리지 않자 김 위원장이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실제 표면적으로는 강도 높은 말로 미국을 겁박하고 있지만, 실상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협상을 하고 싶다는 의중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 담화는 내용상으로 최근 김계관 고문 담화의 연장선에 있다”며 “김영철이라는 전임 북미고위급회담 대표를 내세운 것은 미국 관료들의 대북적대시 자세가 결코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고, 당 외곽단체인 아태평화위를 내세운 것은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수위조절의 모양새도 갖춘 것”이라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고문급 원로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김정은의 의중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하기 위한 의도”라며 “핵미사일, 신형무기 등 국방력 과시는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경제성과,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긴장국면, 충돌국면은 김정은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의 딜레마가 깊어지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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