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새롭게 출발한 키움 히어로즈는 팀 역사상 두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뉴시스
올 시즌 새롭게 출발한 키움 히어로즈는 팀 역사상 두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됐다. 히어로즈의 손을 잡은 키움증권의 선택이 말이다. 처음엔 우려의 시선과 다소간의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첫해 농사는 대성공이었다. 여러모로 주목을 끌었던 키움 히어로즈의 1년을 돌아본다.

◇ ‘문제아’ 향해 손 내민 키움증권의 선택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이하 히어로즈)은 새로운 메인 스폰서와 손을 잡았다. 지난 9년간 함께했던 넥센타이어 대신, 키움증권과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계약내용은 연간 100억원에 5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고생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더욱 감개무량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히어로즈의 행보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구단의 ‘아버지’ 격이자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이장석 전 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당연히 야구계에서 퇴출됐다. 또한 히어로즈는 장정석 감독이 구단 사외이사로 등재돼있는 등 운영상의 각종 난맥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의혹만 무성했던 ‘뒷돈 트레이드’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히어로즈는 프로야구계의 질서와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 와중에 핵심 선수 2명은 원정경기 일정 도중 여성들과 술자리를 가졌다가 성폭행 혐의로 입건되며 큰 충격을 안겼다. 여러모로 ‘문제아 구단’으로 전락한 히어로즈였다.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전 메인스폰서였던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 측에 경영개선 방안을 요구하며 스폰서비를 끊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히어로즈는 만족스러운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했고, 넥센타이어는 선수 및 팬들을 위해 스폰서비 지급을 재개했다. 이 역시 히어로즈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히어로즈의 과거 전력은 적잖은 자금을 투입해 야구판에 뛰어든 키움증권을 향한 시선을 우려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히어로즈가 또 다시 각종 문제를 일으킬 경우, 마케팅 효과보다 더 큰 부정적인 효과를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새 출발을 알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진 논란은 ‘키움 히어로즈’를 향한 우려를 현실로 이어가는듯했다. 새로 선임한 축구계 출신 여성 단장이 각종 논란에 휩싸인 끝에 물러난 것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1월 히어로즈와 연간 100억원, 5년의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뉴시스

◇ 첫해부터 한국시리즈… 영웅 ‘키운’ 방향성도 시너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키움증권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키움증권은 첫해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와 함께 ‘본전’ 이상의 마케팅 효과까지 누렸다.

앞서도 각종 야구마케팅을 전개해왔던 키움증권은 올해 히어로즈 메인 스폰서로 등극하며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다채로운 이벤트를 이어가며 키움증권의 이미지를 더욱 친숙하게 만들었고, 고객들에게 야구관람 및 시구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성적 또한 뒷받침됐다.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한 끝에 3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이어진 포스트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꺾은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강팀 SK 와이번스를 완파했다. 키움증권의 손을 잡은 첫해부터 팀 역사상 두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의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두산 베어스의 ‘관록’에 밀려 4연패에 그치고 말았다. 승리에 가까이 다가갔던 1·2차전을 끝내기로 내주고, 마지막 4차전도 연장 혈투 끝에 빼앗겼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비록 한국시리즈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키움 히어로즈으로서의 첫 시즌은 대성공이었다. 한국시리즈 진출이란 성과와 함께 새로운 젊은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밝은 미래를 확인한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간판스타 박병호가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특유의 ‘K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은 올 시즌 팀 세리머니로 키움을 의미하는 K를 손가락으로 표현해왔다. /뉴시스

키움증권 입장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더욱 ‘대박’이다. 키움증권은 3월 말부터 10월까지 거의 매일 프로야구를 통한 브랜드 노출 효과를 누렸다. 특히 주목도가 더욱 커지는 포스트시즌에서 키움 히어로즈가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까지 치러 그 효과 또한 더욱 컸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내내 수십 초짜리 광고를 거는 것만 해도 적잖은 비용이 든다. 그런데 키움 히어로즈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소화하며 매 경기 최소 3~4시간 동안 대중에게 키움증권을 각인시켰다. 이는 단순히 숫자로 환산하기조차 쉽지 않은 효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수년간 많은 스타를 배출해온 키움 히어로즈는 올해도 젊은 선수들을 대거 성장시키며 ‘화수분’ 행보를 이어갔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키워내는 키움 히어로즈의 전반적인 방향성이 ‘키움증권’이란 이름과 맥이 닿아있다는 점 역시 보이지 않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 중 하나이고, 브랜드 노출 효과가 크다. 여기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더 큰 효과를 얻었다고 내부에서도 평가한다”며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관중이 찾고, 더 좋은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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