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장기비전 수립 어려워”

삼성전자가 내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지만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갈 예정이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내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지만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갈 예정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인간으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맞은 셈이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생일’을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넘길 예정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회사가 반세기 동안 존재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충분하지만 50년 사사(회사의 역사)를 발간하는 것 외에는 사업부문별 최고경영자(CEO) 메시지 등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조촐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특별히 행사를 준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라는 사명으로 창립됐다. 이후 1988년 11월 1일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후 첨단산업인 반도체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상징성을 담아 창립기념일을 11월 1일로 정했다.

2009년 창립 40주년에 경영에서 잠시 물러났던 이건희 회장은 ▲‘연매출 4000억 달러’(당시기준 약 473조원) ▲‘브랜드 가치 세계 5위 진입’ ▲글로벌 10대 기업 도약 등을 골자로 한 ‘비전 2020’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창립 30주년인 1999년에는 ‘뉴밀레니엄’ 선언을 통해 ‘2025년 매출 70조원, 사업군별 세계 3위권 진입’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창립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별도의 행사 없이 지나가게 됐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분위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통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올해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하면서 어려움에 처해있다. 또 일본과의 외교 마찰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직격탄으로 소재 공급 이슈도 있었다. 미·중 무역갈등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다. 

이와 함께 지난해 2월 집행유예를 받고 경영에 복귀한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지난 25일부터 시작되면서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룹 총수로 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란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도 50년을 지속한 곳이 많이 않다”며 “사람으로 치환한다면 50세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창립 50주년은 기업이 100년까지 가기 위해 중요한 변곡점을 맞는 시기로 상징성이 크다”며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조용히 넘어가게 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가 창립 반세기인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있음에도 향후 10년을 어떻게 나아갈 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비전 2020에 대한 설명이 게시돼 있다. 비전 2020 계획 달성을 위한 기간이 1년여 남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다르기 때문이라고도 분석한다. 이 회장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 외형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에 주력하면서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경쟁 업체에 대응해 ‘어떤 것을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어느 업체와 경쟁할지 알 수 없다”며 “기술의 진화가 빠르기 때문에 장기 비전 수립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업계의 변수 뿐 아니라 정치적인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당장 1년 앞 업계 상황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비전을 선포하며 자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