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회에서 인형극에 덕구(강아지)로 출연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회에서 인형극에 덕구(강아지)로 출연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근 사석에서 만난 자유한국당의 한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총선 6개월 앞두고 당내가 이렇게 조용했던 적이 있었나. 조용하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당 지도부 리더십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총선의 극심했던 공천갈등과 비교하면 고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 현직의원은 “말들이 다들 다르니 지켜보고만 있는 게 아니겠느냐”며 “뭐하나 확실하게 진행되는 게 없다”고 했다.

실제 황교안 대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당내 주요현안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려주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연장 문제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의원 잔여임기가 6개월 이내일 경우 원내대표 임기연장이 가능하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12월로 연장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황 대표의 명확한 입장이 없어 당내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차기 원내대표 도전이 유력한 강석호 의원은 “한 명이라도 출마한다면 경선을 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 아리송한 황교안 대표 속내 

최대 관심사인 공천에 대해서도 황 대표는 어느 하나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패스트트랙 저지에 참여한 의원들에 대해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의견에 “당에 헌신한 분들에 대해 평가를 해줘야 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내 입으로 가산점이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돌아선 게 대표적이다. 신상진 신정치혁신 특별위원장을 중심으로 현역의원 30~40%를 물갈이 하는 개혁공천 방안이 논의됐으나, 이마저도 의결 가부를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물론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탔기 때문에 섣불리 공천룰을 정할 수 없다는 황 대표 측 의견도 일리가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투쟁에 당력을 집중시켰던 것도 공천룰 논의가 다소 늦어졌던 원인 중 하나다. 당무감사가 곧 마무리단계에 들어가니 공천 논의가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지만, 선거를 코 앞에 두고 늦은감이 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에 원내는 물론이고 원외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한 원외위원장은 “패스트트랙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선언했으면 현 선거법을 기준으로 공천룰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역시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보다 분명하게는 ‘탄핵’에 대한 입장이다. 보수진영 내에서는 똑같이 ‘문재인 퇴진’을 외치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각각 다르다. 크게는 ‘박근혜 탄핵’이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의견과 ‘탄핵’은 법적으로 인정을 해야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는 두 갈래로 나뉜다. 황 대표는 비교적 후자에 가까운 입장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탄핵이 실체적으로는 잘못됐다고 말하는 등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 답답한 비박… 친박도 ‘부글부글’

그렇다보니 보수통합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황 대표가 “자유우파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고 말한 뒤 유승민 의원이 화답하면서 보수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으나, 가시적인 움직임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자 유 의원은 “원론적인 보수통합 이야기는 이제껏 실컷 많이 들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고,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정인 몇몇이 나서서 통합에 재를 뿌리는 독설을 퍼붓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이 같은 태도를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시간을 끌수록 칼자루를 쥐고 있는 황 대표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의 분열이나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슈들을 최대한 피해가면서 총선 직전까지 끌고간다면, 제3세력의 출현을 막고 자신이 원하는 공천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천을 코앞에 두고도 당 지도부의 눈치를 살피며 의원들이 되도록 말을 아끼고 있는 현재 분위기를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얘기다.

문제는 황 대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실패했을 경우다. 그 경우 곪아있던 상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보수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당의 한 친박계 인사는 “황 대표가 친박, 비박, 다선중진들 전부 쳐내고 쇄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내 모든 세력을 상대로 황 대표 홀로 전쟁을 치러 승리할 순 없다”며 “이미 세 갈래로 쪼개진 보수가 더 잘게 찢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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