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29일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놓고 진흙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전날(28) 최고위원회의 직후 "국회의원 정수를 30석 늘려야 한다"고 하자, 당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대표 유승민)' 소속 오신환 원내대표가 "손 대표 개인의 사견"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비롯한 사법개혁 법안을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키로 한 가운데, 이 법안들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혁안의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입장이 세 갈래로 나뉜다. 손 대표 측 당권파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찬성 입장이다. 변혁은 내부에서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계와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들 간 입장차가 엿보인다. 유승민계는 반대 입장이 명확한 반면, 안철수계는 판단 유보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손 대표를 비롯한 채이배·임재훈 의원 등 당권파와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꼭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 국회에서 선거제 개혁을 성사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선 만큼 의원 정수를 늘려 양당 정치구조 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복안이다.

손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국회의원 정수 30석 확대를 주장'하며 "정치권이 나서서 앞으로 정치가 국회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의원 세비를 줄이고 보좌관 수를 줄이는 등 전체 의원 관련 예산을 최소 5년 또는 10년 동결하겠다는 국회 개혁안을 같이 내놓으면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당권파 측 관계자는 "지역구가 없어지는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조차 선거제 개혁을 반대하고 있다. 연비제 관철을 위해선 330석은 돼야 지역구를 없애지 않고 선거제 개혁이 가능하다"며 "한국당과 통합이나 양당구도로 돌아가려는 분들은 연비제를 통과시킬 마음이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유 대표를 비롯한 변혁 바른정당계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세비를 동결한다 해도,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국민 정서상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다는 이유에서다.

유 대표는 이날 변혁 국회의원·원외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변혁은 의원정수 확대를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과 정의당, 민평당 심지어 바른미래당 일부까지 국회의원 정수를 10% 확대하는 야합을 시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며 "각 정치세력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밀실에서 흥정하고 추악한 뒷거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손 대표가 의원수 확대를 주장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우리 당 전체가 의원수 확대를 찬성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것은 손 대표의 사견이지 바른미래당의 당론이 아니다"라며 "의원총회를 통해 2/3 이상의 의원들이 찬성해야만 정해질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유 대표가 '변혁'의 대표성을 띠고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언한 것과 달리, 변혁에 동참하는 국민의당계 의원 7명(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사이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당계 변혁 소속의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만나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논의가 더 필요하다. 득과 실을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모든 분들의 의견이 같을 수는 없으니 당론으로 정하면 좋겠지만, 우리 당은 이제까지 당론이라고 의원들이 정했던 역사가 없기 때문에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그는 변혁 국민의당계 의원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바른정당계는 반대 의견이 확실하지만 국민의당 분들은 저와 마찬가지로 아직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원들 개개인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권은희 의원의 경우 지난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된다면 마지막에 결국은 (선거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리는 방향의 합의 수정안을 제출할 것이고 수정안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게 현실적 판단"이라며 "지역구 의석을 최대한 현재 상태로 유지시키면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방식으로"라고 발언한 바 있다.

현재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 개혁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면서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 줄이고 비례대표를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지역구를 잃게 될 의원들의 반발로 선거법 개혁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권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되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합의 수정안이 도출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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