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권용원 회장, 금투협 회장직 유지키로 결정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사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30일 거취 표명 간담회 당시 모습./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여의도=이미정 기자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사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권 회장은 30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권 회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 오른 뒤, 먼저 고개부터 숙여 사과했다.

권 회장은 “다시 한 번 저의 언행으로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기자들에게 “취중에 본의 아니게 호기롭게 말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이 나온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이다. 평소 격의 없이 자주 만나왔기에 배신감이 더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차 사과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사퇴는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지난 열흘간 이사회, 회원사, 임직원 등 여러 분들께 의견을 구하고 자중하면서 거취에 대해 숙고해왔다”면서 “오늘 열린 이사회에서도 저의 거취에 대한 가감 없는 토론이 있었다고 전해들었다. 이사들은 저희 협회가 현재 금투업계가 가야하는 방향으로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는 권고와 함께, 다시는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질타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임기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개인적 사유만으로 거취를 결정하기에는 회원사로부터 선출직 회장에게 부여된 임무와 권한의 무게가 너무 크고, 경영공백 시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도 많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안들을 우선 마무리하는 것이 회장으로서 보다 책임감 있는 선택이라는 의견을 여러분들이 주셨다. 숙고 끝에 저는, 남은 임기까지 협회장으로서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지금 이 순간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의 발전이라는 협회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열과 성을 다하겠다”며 “또한 저를 포함한 협회 내부의 문제점을 개혁하는 노력도 함께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협회 내에서 갑질 행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구체적인 대책 마련 계획에 대해선 “올해 안까지는 조직 혁신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운전기사와 직원 등에게 폭언과 갑질을 해왔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지난 18일 한 매체는 권 회장이 운전기사에 새벽 출근을 지시하고, 폭언을 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또 임직원과의 술자리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발언을 하거나, 기자들을 향해 거친 언행도 한 사실이 공개됐다. 그는 회사 직원에게 ‘기자를 위협해서라도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후, 권 회장은 21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신의 거취를 고민해왔다. 그는 “관계되는 각계각층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의견과 뜻을 구해 그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 이사회는 권 회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해왔다. 30일 서울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권 회장의 거취 문제를 결정했다. 이사회에선 그의 잔류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심 끝에 잔류를 결정했지만 앞날이 녹록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무금융노조는 그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반발해왔다.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하면서 이들의 반발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부담을 감안한 듯, 권 회장은 이날 간담회 내내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도 재차 보였다. ‘죄송하다’는 답변만 거듭 반복했다. 또 그의 행위가 직장인 괴롭힘 행위에 해당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질의엔 “관련법 저촉이 된다면,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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