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됐다. /수출입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수출입은행이 새 수장을 맞이했다. 방문규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됐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선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인 만큼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 '예산통' 정통 관료 깜짝 발탁 

기획재정부는 홍남기 장관이 방 전 차관을 수출입은행장으로 임명 제청해 대통령으로부터 재가를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수출입은행장 자리는 은성수 전 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발탁이 되면서 공석이 된 바 있다.

신임 수장인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관가 안팎에선 ‘예산통’으로 분류된다. 1984년 행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과장, 재정정책과장, 기획재정부 대변인, 예산실장, 제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등을 지낸 바 있다. 

금융권에선 방 행장 선임을 두고 ‘예상 밖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수출입은행장직엔 국제 금융 관료 출신들이 강세를 보여 왔던 바 있다. 전임인 은성수 위원장도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장·금융협력과장,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국제금융국장·국제경제관리관을 거치며 국제·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바 있다. 

이에 차기 수출입은행장도 ‘국제금융통’이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유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도 대표적인 ‘국제금융통’이다.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예산통’이 발탁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평가가 갈리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내갈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금융 관련 경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방 행장의 금융 관련 이력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은행에 파견 나가 쌓았던 경력뿐이다. 이에 일각에선 그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실에서 근무했던 이력을 들어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깐깐한 평가가 잇따르는 것은 수출입은행이 워낙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기관이어서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의 해외 수출과 수주, 투자에 금융 지원을 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갈수록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에 신임 행장은 각종 리스크를 대비하고 정책금융의 원활한  공급을 지원하는 과제를 품고 있다.

◇ 리스크 관리ㆍ구조조정ㆍ노사 화합 등 과제 산적  

성동조선 구조조정 문제도 중요한 당면 과제다. 수출입은행은 수년째 성동조선에 대한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3차례나 성동조선 매각에 실패했다. 현재는 성동조선 3개 야드(작업장) 중 1야드만 떼서 매각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성동조선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또 노조와의 화합도 빼놓을 수 없다. 노조는 신임 행장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표하며 출근저지 시위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일까. 수출입은행은 당초 30일 방 행장에 대한 취임식을 열 예정이지만 이를 미뤘다. 방 행장은 여의도 본점에 출근하지 않고 인근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외부 일정이 있어서 취임식은 추후에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금융권에선 노조와의 출동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반드시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방 행장이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소통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신임 행장 체제가 순항을 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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