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통계청장은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전보다 86만 7,000명 증가한 이유에 대해 "올해 조사 변화로 비정규직으로 추가 포착된 규모는 35만 명에서 50만 명 정도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뉴시스
강신욱 통계청장은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전보다 86만 7,000명 증가한 이유에 대해 "올해 조사 변화로 비정규직으로 추가 포착된 규모는 35만 명에서 50만 명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 29일, “과거 정규직이었다가 올해 조사의 변화로 비정규직으로 추가 포착된 규모는 35만 명에서 50만 명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전보다 86만 7,000명 증가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ILO(국제노동기구)에서 ‘국제 종사상 분류 기준’을 바꿨고, 통계청이 통계청이 이를 적용하기 위해 추가로 실시한 병행조사로 인해 기간제근로자 수가 증가했다는 게 강신욱 청장의 설명이다. 근로자 분류 기준이 바뀐 탓에 ‘정규직 종사자’가 ‘비정규직’으로 재분류된 인원으로 추정한 게 ‘35만~50만 명’이라는 뜻이다. 과연 사실일까.

통계청에서 설명한 ‘국제 종사상 분류 기준’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제노동통계총회에서 채택된 것이다. 정식 명칭은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 개정안(ICES-19)’이다. 개정안은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를 세부적으로 분류했다. 특히 임금근로자의 경우 ▲기간 제한 없는 근로자 ▲고정기간 또는 계절적 근로자 ▲임시 또는 단기 근로자 등 3단계로 나눠 분류했다.

통계청에서 비정규직 인원이 증가한 이유라고 설명한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 개정안(ICES-19)’. 표는 통계개발연구원이 2017년에 발간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종사상지위 항목 검토를 위한 인지적 기법 적용’ 내 도표. / 출처 = 경제활동인구조사 종사상지위 항목 검토를 위한 인지적 기법 적용(2017, 박선희·박주언)
통계청에서 비정규직 인원이 증가한 이유라고 설명한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 개정안(ICES-19)’. 표는 통계개발연구원이 2017년에 발간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종사상지위 항목 검토를 위한 인지적 기법 적용’ 내 도표. / 출처 = 경제활동인구조사 종사상지위 항목 검토를 위한 인지적 기법 적용(2017, 박선희·박주언)

통계청은 위와 같이 바뀐 기준을 적용해 ‘비정규직 인원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강 청장이 “병행 조사로 비정규직으로 추가 포착된 규모”라고 말한 것은 병행 조사 효과로 정규직 인원이 비정규직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통계청도 같은 입장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31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 조사에서 질문이 추가되거나 집계 방식을 바꾼 것은 없다. 다만 조사 과정상 ‘응답자의 기억이 강화되는 이벤트’가 발생했다”라면서 “통계청은 ‘응답자의 기억이 강화된 이유’로 병행 조사에 있는 문항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쉽게 설명해 응답자가 기존 문항대로 답할 때는 ‘정규직’으로 분류됐지만, 이후 ‘근로 계약 기간을 정했는가’라고 질문하는 병행 조사 과정에서 응답자의 근로 환경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 청은 (병행 조사로 인해 비정규직 인원이 증가한 것으로) 그렇게 추정한다. (응답자의) 일자리가 바뀌었을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3~8월 또는 2017년도 3~8월 조사한 케이스와 현재 응답을 비교할 때 (응답자) 의견이 전환된 게 보여서 (이를) 합쳐보니까 (35~50만 명이)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통계청도 ‘병행 조사’라는 변수로 인해 증가한 비정규직 인원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통계청 측은 “우리 (응답자) 표본은 3년간 바뀔 수 있도록 1/36 정도로 연동해서 만들어진다. 예전에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이번 조사에 또 포함되고, (이 과정에서) 예전에 답변한 것과 지금 반응이 달라진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면 1~36번 구간에 대해 조사하면, 다음에는 2~37번 구간을 조사하는데 이 사이에 겹치는 값은 2~36번이다. 이를 조사 방식으로 다시 바꿔 설명하면 병행 조사를 실시한 달과 그렇지 않은 지난해 데이터를 비교해 취합했고, 이 예상 값을 합친 게 강 총장이 설명한 35~50만 명 정도라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통계청 측은 ‘과거와 비교해 증가한 비정규직 인원이 정확하냐’는 질문에 “그것에 방점을 두면 더 혼란스럽고, 병행 조사 과정에서 생긴 응답자의 패턴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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