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에서 등장했던 AI 시대는 이제 결코 멀지않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출근을 위해 이른 아침 눈을 뜬 직장인 A씨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엌의 가사 도우미 로봇이 A씨에게 미리 준비한 커피를 건네고 A씨의 건강을 체크한다. A씨의 건강 상태는 출근을 해도 괜찮을 만큼 양호하다. 회사로 출발하기 위해 자동차에 탑승한 A씨. 자동차 내부의 AI 비서가 오늘 일정과 회사까지 가장 빠른 경로를 설명한다. A씨는 경로를 설정한 후 좌석에 앉아 잠에 든다. 자동차의 AI 비서는 회사까지 자율 주행을 시작한다.

SF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미래 우리 생활 속 모습이다. 지금까지 인공지능(AI)은 이처럼 영화 속 이야기,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AI는 우리 바로 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앞서 설명한 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 다가올 날이 멀지 않았다.

◇ 알파고, 인간을 꺾다

지난 2016년 3월,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 프로 기사와 대국을 가졌다. 상대는 여러 국제 기전에서 18차례 우승했던 세계 최상위급 프로 기사인 한국의 이세돌 9단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는 5번의 공개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 1패로 승리했다. 이어 2017년 5월에는 당시 바둑 세계 랭킹 1위인 커제 9단과 3번의 대국을 가졌고 모두 승리했다. 

그 동안 바둑은 무한에 가까운 수와 고도의 순간 판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코 AI는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평가받았다. 

2016년 3월 알파고는 5번의 공개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 1패로 승리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뉴시스

알파고가 놀라운 점은 일정 양의 예상 수순 또는 지식을 짜맞춰 프로그램화 해놓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알파고는 데이터에 내재된 다양한 특징이나 행동의 확률적 빈도를 분석하고 반복 학습할 수 있다.

이것은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사람의 신경구조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에 기초한 ‘딥 러닝 알고리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알파고는 딥 러닝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3,000만건이 넘는 프로기사들의 대국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며 최선의 수를 터득했다. 이는 사람이 약 1,000년간 바둑 학습에 매진한 것과 맞먹는 학습량이다. 

사람보다 훨씬 더 빠른 계산력, 더 큰 기억 저장 용량, 더 빠른 학습 속도 등으로 중무장한 알파고를 이세돌 9단이 이길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 자율 주행부터 예술까지...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는 AI

사람과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관심도는 급증했다.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AI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AI는 실생활, 자율주행, 날씨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실생활에서는 홈 비서 로봇, AI전화상담, AI 감성친구, 실시간 통역 대화, AI 아파트, AI 호텔 등 다양한 미래 서비스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KT는 13개 호텔 1,200여개 객실에서 AI 호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한 KT의 AI인 기가지니를 탑재한 호텔 서비스 AI 로봇도 오는 11월부터 노보텔 앰배서더에 배치될 예정이다. 

자율주행 분야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승용차, 버스, 기차 등 다양한 이동수단에 AI를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를 이용한 자율주행이 상용화 된다면 교통체증과 교통사고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빅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AI는 산업과 기상예보의 영역에서 뛰어난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AI를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는 제품 생산 시 불량 원인과 품질 향상 방법을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해 공정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구글에서 제작된 AI 화가 ‘딥드림(Deep Dream)’이 그린 그림.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흡사하다./ deepdreamgenerator

방대한 기상 데이터를 분석해서 날씨를 지금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2016년 IBM에 인수된 미국 최대의 기상 예측 기업 웨더 컴퍼니는 27만5,000대의 기상 관측소와 수백만개의 IoT 장치 네트워크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다.이후 데이터들을 AI를 이용해 분석 후 날씨를 예측하고 있다.

AI는 예술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다. 

구글에서 제작된 AI 화가 ‘딥드림(Deep Dream)’은 구글 리서치 블로그에서 배포한 인공 신경망을 통한 시각화 코드를 말한다.

딥드립이 구현한 작품은 그 이름처럼 결과물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추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 AI 화가는 같은 구조가 비슷한 패턴으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프랙털(fractal) 을 통해 그림을 그린다. 딥드림은 완전한 인간의 영역으로만 치부되던 예술의 영역까지 AI가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 세계 각국, AI 기술 확보 위해 동분서주

이처럼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는 AI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작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주요국 인공지능 정책 동향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7대 AI R&D 분야를 설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7대 분야는 △장기투자(데이터분석, 지각, 이론적 한계, 범용AI, 인간형 AI, HW 등) △인간-AI 협업 (인간인지AI, 인간증강, 자연어 처리, 인터페이스 시각화) △ 윤리·법적 사회적 영향 △안전과보안 △데이터셋 및 환경 △표준 및 벤치마크 △ 인력수요 연구 등이다.

중국은 지난 2017년 12월에 ‘차세대 AI 산업발전 3개년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2020년까지 AI분야에서 독보적인 상품을 만들어 AI 글로벌 선도국가가 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또한 의료, 교통, 농업, 금융, 물류, 교육, 문화, 여행 등 영역별 애플리케이션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일본은 국내외 최고 AI 연구자들을 모으기 위해 2016년 4월에 ‘혁신지능 통합 연구센터’를 구축했다. 구축된 혁신지능 통합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산‧학‧연 파트너십 기반의 기술개발 프로젝트인 AIP(Advanced Integrated IntelligencePlatform)를 추진 중이다.

세종시는 다음달부터 자율주행 버스가 2~3회가량 실증운행(9.8㎞ 구간)을 시작할 예정이다./ 뉴시스

우리나라 역시 다른 선진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AI 기술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NHN엔터테이먼트에서는 한국형 알파고 ‘한돌’을 자체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한돌은 지난 1월 국내 프로기사 TOP5와의 릴레이 대국에서 5연승으로 전승을 기록했으며 올해 처음 출전한 세계 바둑 AI 대회에서 4강(3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AI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 대한 정부의 투자 역시 활발하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4월부터 한국교통연구원·SKT·서울대·현대차 등이 참여해 약 37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자율주행 기반 대중교통시스템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개발된 자율주행 버스는 30일 세종시에서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시연을 시작으로 올해 2대의 중소형 버스가 주 2~3회 실증운행(9.8km 구간)을 시작한다. 2021년에는 35.6km 구간에서 8대의 차량이 주 20회로 운행을 진행할 계획이다.

자동차 외에 자율운항선박 사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사업은 양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총 1,603억원을 투입해 추진될 계획이다.

세계 산업은 정보화 시대를 불러왔던 3차 산업혁명 이후 AI와 빅데이터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기를 맞고 있다. 산업의 핵심인 AI 기술 경쟁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만이 혼돈의 시대 유일한 생존전략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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