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내각 인사들이 불미스런 일로 잇따라 낙마하면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AP-뉴시스
최측근 내각 인사들이 불미스런 일로 잇따라 낙마하면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본인과 부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이 금품제공 의혹으로 낙마한 지 불과 일주일만의 일이다. 아베 정권의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HK와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와이 법무상은 이날 오전 사직서를 제출했고 아베 총리는 즉각 수락했다. 가와이 법무상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 당선된 부인 가와이 안리 의원이 선거운동 당시 법정 상한액을 넘는 보수를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사퇴압박을 받아왔다. 가와이 법무상 본인도 지역구 유권자에게 선물을 돌렸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가와이 법무상은 “전혀 모르는 바”라고 발뺌하면서도 “법무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훼손돼선 안 된다”며 사표제출 이유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가와이 법무상을 임명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마음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가와이 법무상은 외교담당 총리보좌관, 자민당 총재 외교특별보좌관을 거치는 등 아베 총리의 최측근 인물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지난 9월 측근들을 전면에 내세운 신 내각구성 때 법무상으로 입각했다. 당시 함께 입각했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고노 다로 방위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등이 모두 아베 총리의 최측근들로 통한다.

아베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취재진 앞에 선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상. /AP-뉴시스
아베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취재진 앞에 선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상. /AP-뉴시스

◇ 아베 책임론 솔솔

잇따른 측근의 낙마로 아베 총리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와이 법무상뿐만 아니라 앞서 25일에는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도 낙마한 바 있다.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살포했고 비서가 조의금을 전달하는 등 혐의도 판박이다. 이밖에 하기우다 문부과학상과 고노 방위상의 실언으로 아베 총리가 직접 사죄를 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스가와라 가즈히데 전 경제 산업상에 이어 2주 연속으로 각료가 그만두는 이례적인 사태에 정관계로부터 놀라움이나 비판의 소리가 높아졌다”며 “잇따른 각료 사퇴에 야당은 아베 신조 총리의 임명 책임을 추궁할 태세이고 여당 내에서조차 호된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각료들이 ‘반한’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특히 가와이 법무상은 수차례 한국을 향한 망언을 되풀이했던 인물이다. 지난 1월 워싱턴 강연에서 “‘일본에 대해서는 무엇을 해도 다 용인된다’는 분위기가 한국 전체에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었다. 앞서 낙마한 스가와라 전 경제산업상도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등 극우인사로 통한다. 이들의 후임으로 온건파 인사들이 입각할 경우 한일관계에 일부 변화도 예상된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위기돌파를 위해 극우행보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7년 사학 스캔들로 인해 지지율이 폭락하는 위기를 맞이하자 북핵 등 대외 안보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반전을 노렸던 전례가 있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포스트 아베’로 통하던 인물이 전원 낙마하자, 극우인사들을 내각 전면에 내세운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한 관계자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게 확인됐다. 아베 총리의 지지자들만 결집을 했던 것”이라며 “아베 총리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당내 경쟁자들을 막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때리기와 강경한 극우행보로 지지파를 결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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