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변혁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변혁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대표 유승민)'이 출범 때부터 신당창당을 검토했다는 문건과 관련, 당 내부 프린터를 통해 출력 내역이 확인된 것은 물론 문건 자체를 바른정당계 당직자가 작성했다는 내부 관계자 증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1일 바른정당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다수 바른정당계 당직자가 문건의 실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건 내용이 바른정당계 부장급 이상 실무선 당직자 및 일부 바른정당계 의원들까지 공유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본지와 만나 "실제 탈당했을 때 예상되는 상황을 살피고자 만들어진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이 10월 초 바른미래당 내부 프린터를 통해 출력된 정황도 취재 결과 확인됐다. '변화와 개혁을 위한 로드맵' '창당비용' 등 변혁의 신당창당과 관련된 파일명이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지난 31일 "출처가 어디서 나온 내부 문건인지 모르겠다. 문건의 신빙성과 출처가 의심스럽다"고 발언한 데 대한 최소한의 의문점은 해소된 셈이다.

또한 당 관계자에 따르면, 변혁이 추진한 신당의 사무처 당직자 편제가 전원 전·현직 바른정당계 당직자로 꾸려졌다. 처음부터 국민의당 출신 당직자는 모두 배제시킨 것이다.

당 관계자는 "문건 자체도 경악스러운데 당직자 갈라치기까지 하는 것은 제2의 바른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의당계는 모두 제외하고 전직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를 신당 사무처에 임용하겠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변혁에 속한 다수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해당 문건의 실체 자체를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다. 한 바른정당계 의원은 "전혀 모른다"고 했고, 다른 의원도 "별것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신환 원내대표실 관계자도 "처음 보는 문건"이라며 "(내용도) 뜬금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해당 문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실체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만약 언론에 보도된 대로 신당창당 문건을 사무처 당직자가 만든 것이라면 옳은 일이 아니다"라며 "조사하고 잘못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우리 당 안에 탈당·창당 논의가 있지만, 사무처 당직자는 출신이 어느 정당이건 당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출신이 어떻든, 어떤 의원과 가깝건 절대 차별이 있을 수 없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수봉 당대표 선언이행 TF팀장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통합을 가르는 분파적 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며 "바른미래당은 분열과 기회주의적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본지는 '창당 후 국회지원 및 상황 예상'이라는 제목의 변혁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문건에 따르면, 변혁은 출범 당일인 9월 30일, 당내 계파를 유승민계·안철수계·잔류파 3개로 나눈 표와 더불어 안철수계 비례대표 거취 로드맵·상임위원장 및 상임위 간사직 유지 문제·탈당 의원수에 따른 사무공간 배정·창당시 국회 운영비 지원 변화 등을 문서로 작성했다.

특히 문건에는 예결위원 전원이 변혁 측 의원(5명)임을 고려해, 자의 탈당 시 의원직을 잃는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의 출당과 예결위원 사보임 문제를 당권파와 협상카드로 교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사실상의 당내당(黨內黨)인 변혁이 "당의 창당정신을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기치로 결성된 만큼, 신당창당 및 탈당을 위한 물밑거래 등을 검토했다는 것은 변혁의 기존 결성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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