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DGB금융그룹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이 이익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그룹 실적도 하향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올 3분기에도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DGB금융지주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DGB금융지주는 3분기 누적 그룹 지배주주 지분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2,7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개별 순이익은 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이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DGB그융의 3분기 순이익이 당사 추정치와 컨센서스를 각각 19.7%, 21.3%씩 하회했다”고 평가했다. 실적 부진 배경에 대해선 “큰 폭의 마진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와 부실채권 매각 과정에서의 대규모 일회성 손실(190억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DGB금융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2.02%로 전 분기 대비 11bp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은 예대 마진 축소의 영향을 받아 부진을 실적을 냈다. 대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9% 감소한 2,365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9월 기준 0.53%로 전년 동기 대비 0.07% 포인트 하락했고,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8.11%로 1%포인트 떨어졌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9%로 0.01% 증가해 소폭 나빠졌다.   

대구은행은 그룹사의 이익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계열사다. 또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과 함께 지방은행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다. 대구은행은 그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성적표가 신통치 못한 실정이다. 

업계에선 내부적인 악재와 외부적인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2017년 경영진 비리로 혼란을 겪었다. 이후 지난해 5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체제가 출범한 후에도 한동안 조직 혼란이 이어졌다. 

대구은행장 자리는 10개월 가까이 공석 상태가 이어지다가 올 초에야 메워졌다. 지주 회장인 김태오 회장이 한시적 겸직을 결정한 것이다. 김 회장은 당초 은행장을 분리해 선임한다고 밝혔지만 적정한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겸직을 결정했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혼란이 지속되면서 영업력에도 일부 타격이 가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일기도 했다.  

또 시장 여건 악화 역시 결정적인 실적 부진 배경으로 평가된다. 주력 영업 기반인 대구경북지역 경기는 오랜 침체를 겪고 있다. 이에 대구은행 역시 실적과 건전성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까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 악화를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태오 회장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있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장직까지 겸직하고 있어, 부담이 더 큰 실정이다. 일각에선 지주·은행장 겸직 체제가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DGB금융 측은 향후 실적에 대해 “원화대출 잔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금리 하락 추세가 진정되면 순이익이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DGB금융이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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