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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의 문예노트] 독일로 가는 길 ② – 아부다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하도겸의 문예노트] 독일로 가는 길 ② – 아부다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 하도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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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우리 국적 비행기를 타다 보면 늘 앞에 서게 된다. 구역(zone)별로 탑승한다고는 하나 잘 지켜지지 않고 비행기 안에서 앞 사람이 짐을 올리고 정리하다보면 길게 줄지어 정체되어 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수하물이 있기에 일찍 갈수록 실을 수 있는 장소가 많은 이유도 있다.

이번에 탑승한 에티하드 항공의 경우는 탑승 30분전이 아닌 거의 1시간 전부터 탑승을 개시하는 듯하다. 그조차도 5개의 zone으로 나눠서 줄 세우게 한 다음에 항공기 뒷부분부터 차례로 태운다. 그러니 이런 시스템에 적응이 안된 사람들은 좀 짜증이 날 수 있지만, 비행기 안에 들어가서는 정체되는 일이 매우 적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 결국 미리미리 zone별로 줄세워 서 있으면 신속하게 탑승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탑승을 다 하고 나도, 이륙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눈을 붙이고 잠도 잘 수 있다. 두 번을 탔지만 늘 20분전에 탑승이 완료되고 이륙을 기다리는 듯해서 그런지 연착은 전혀 없었다. 적어도 항공사로서는 준비가 다 되었으니 나머지는 관제탑의 문제일 듯 싶다. 저가항공을 비롯해서 우리 국적 항공사들도 배워야 할 점은 아닐까?

국적기를 이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나라 사랑’이라고는 송구스러워서 말 못하겠다. 어차피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모든 비행기들이 인천공항에 공항 이용료를 내기 때문에, 아울러 자국의 손님들도 관광객으로 많이 싣고 오기 때문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항공서비스가 좋은 비행기를 이용하면 할수록 우리 국적 항공사들의 서비스 품질도 향상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적기만 이용하는 이유는 말이 잘 통하고 우리 음식도 있고 마일리지도 적립하고, 끝으로 외국 영화에 우리말 ‘한글’ 자막이 있어서 인 것 같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가끔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다보면 우리 국적기와 다르게 ‘한글’ 자막이 있는 영화가 무척 적다.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CJ 등 외국에 양질의 우리 영화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로비를 잘 해서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우리 영화를 잘 볼 수 있게 영어와 한글 자막 등을 잘 공급해야 할 것 같다. BTS만 잘해서 될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훌륭한 문화상품들을 세계로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한글’을 ‘세계어’로 잘 풀어내는 작업이 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부다비 공항 면세점에 진열된 꿀 상품. 우리 면세점들도 중소기업제품은 물론 이런 우리 전통 토속 식품의 전시판매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줘서 외국인들에게도 우리의 전통식품을 보다 선전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 하도겸 제공
아부다비 공항 면세점에 진열된 꿀 상품. 우리 면세점들도 중소기업제품은 물론 이런 우리 전통 토속 식품의 전시판매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줘서 외국인들에게도 우리의 전통식품을 보다 선전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 하도겸 제공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언어만 소중히 여기는 생각은 왠지 ‘일본틱’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를 사들일 듯이 성장한 일본이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무시하면서 반성은커녕 혐한으로 가는 과정은 ‘패망’의 길일 따름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좌석에 앉자마자 우리나라 영화는 대부분 섭렵하고 있는 관계로 그나마 언어가 되는 일본 영화를 클릭하게 되었다. 영어 자막을 갖춘 일본 영화 ‘일곱개의 회의(七つの会議)’는 2019년 2월 1일에 개봉된 신작으로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자인 이케이도 준의 2012년작이다.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전업 소설가로 직업을 변경해 일본 최고의 기업 소설 전문가로도 유명한 이케이도의 작품을 TV 드라마 ‘화려한 일족’ 등을 연출했던 후쿠자와 카츠오 감독이 연출을 맡아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지옥 같은 상황에 닥친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극화했다. 노무라 만사이를 비롯해 카가와 테루유키, 오이카와 마츠히로, 카나오카 아이노스케 등의 개성이 돋보이는 이 영화를 굳이 소개하는 것은 일본의 미래가 보여지고 우리가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항공기와 고속철도에 쓰이는 나사의 강도에 대한 데이타를 조작하고 이와 같은 생명과 지결된 중요한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는 일본 유수 기업의 조직논리는 자국민은 물론 인류전체를 공포에 몰 수 있는 ‘일본’의 또 다른 면모를 충분히 볼 수 있다. 반성은커녕 은폐와 정의감에 불탄 직원들을 배제하고 괴롭히는 회사 중역들과 경영진들, 그리고 그런 상사들의 지시에 상명하복하는 모습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에 대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블랙리스트를 비롯하여 아직도 체질을 제대로 못 고치고 있는 우리 정부가 기업들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어 안타깝다.

부정한 데이터를 통해서 만든 불량 제품을 회사의 불이익을 생각해서 리콜하지 않는 비양심적인 모습은 일본인에 대한 생각이 우리만의 편견이 아니며 일국인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조직논리가 국가나 국민의 안녕을 넘어서는 그 순간에 조직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넘어선 것은 아닌가 싶다.

에머랄드빛의 페르시아만의 바다 빛깔 : 가운데 언제 잠길지 모른는 섬의 하얀 백사장이 보인다. / 하도겸 제공
에머랄드빛의 페르시아만의 바다 빛깔 : 가운데 언제 잠길지 모른는 섬의 하얀 백사장이 보인다. / 하도겸 제공

언급하기에 부적절하지만 영화 ‘기생충’에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그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어버린 ‘검찰’의 조직논리도 혹시 이 선을 넘은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과 오버랩된다. 원불교 등에서 말하는 ‘세상에 알려진 죄가 없도록 하라’는 말씀을 고려해 보면, 문제가 있더라도 전국민의 부정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을 막지 못한 잘못은 인정해야 할 듯 싶다. 잘못이 있으면 바로 바로 잡고 그 다음의 플랫폼으로 국민들을 안내했어야 했다. 폭풍을 만났어도 방향키를 잘 잡고 순항햇어야 하는데 오히려 태풍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왠지모를 아쉬움도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일본, 그리고 잘사는 나라로서의 의무를 망각하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누리기만 한 일본의 모습은 오늘의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반성하지 않고 도와주지 않는 자기만 잘사는 나라’ 일본의 모습은 우리가 절대로 따라해서는 안되는 역행보살(逆行菩薩), 즉 반면교사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자본의 가치가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할 이웃나라에 해악을 끼치며 인류보편적인 가치나 인권 등의 세계이념을 넘어서는 순간 그 나라는 패망한다는 것은 문명의 기초 상식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알고 국정 즉 국가정책이 수행되어야 하는데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에게는 이게 없는 것이 문제다. 어쩌면 이게 우리나라에게는 일본을 다양한 측면에서 넘어설 커다란 절호의 기회이긴 한데, 여야를 막론하고 부정부패하고 몰상식한 정치인들의 존재는 거꾸로 자칫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게 할까 두렵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선진국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자본이 아닌 문화대국으로, 세계인이 수용할 수 있는 인권에 기반한 민주적인 가치의 선진국가가 되기를 갈망한다. 최근의 홍콩 시위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촛불을 넘어선 우리는 세계 여러 국가의 민주적인 모델이 되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될 듯싶다. 그런 세계인들의 민주화의 열망을 받고 있는 우리가 모두 나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균등, 공정, 정의의 가치’가 산고의 진통을 겪고 난 후 재정립되고 내재화되어 실천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분명 세계 민주화의 최고 선진국으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치대국과 K-pop 등이 선도하는 문화대국으로 세게인들에게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선조들이 말한 미국을 대신할 세계초강대국이 우리가 될 것이라는 소설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비틀즈나 마이클잭슨의 음악에 심취할 때 우리나라 가수가 그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유크라테스강과 티그리스 강 유역 : 페르시아만이 끝나면 드디어 육지가 보인다. 과거 메소포타미아 고대 문명의 발상지였던 이 곳은 상공에서 봐도 확연하게 알 수 없는 이국적인 신비감을 준다.   / 하도겸 제공
유크라테스강과 티그리스 강 유역 : 페르시아만이 끝나면 드디어 육지가 보인다. 과거 메소포타미아 고대 문명의 발상지였던 이 곳은 상공에서 봐도 확연하게 알 수 없는 이국적인 신비감을 준다. / 하도겸 제공

영화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비행기 창밖으로는 하늘 색보다도는 아름다운 에머랄드빛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페르시아만의 바다빛은 감히 우리의 청자빛보다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려시대의 우리 도공들이 실크로드를 타고 이 바다를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저 푸른 바다의 작은 섬에 누워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바다빛은 모래빛으로 바뀐다. 페르시아만이 끝나고 인류 4대문명지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룬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유역이 보이기 때문이다. 쿠웨이트와 이라크 상공을 나는 이 비행기에서 바라보면 아시아 대륙은 황사로 뿌옇게만 보였다. 암울한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인지 그 뿌연 하늘 상공으로 갑자기 크루즈 미사일이나 수동으로 작동되는 방공포라도 하나 날아오면 어쩌지 라는 부적절하고 부질없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뉴스에서만 들어왔던 전쟁의 격전지들을 지나며 비행기는 이스라엘, 시리아, 터키 부근을 날고 있었다.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라는 기우에 사로 잡혀 있는 순간 스튜어스가 좀 이른, 어쩌면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가져와서 잡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역시 상념에서 탈출하는데 맛있는 음식만큼 좋은 것은 없나보다.

어느덧 비행기는 안개속에서 프랑크푸르트공항에 착륙하고 있었다. 이런 짙은 안개 때문에 상공에서 한바뀌 돌았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안전하게 착륙하는 것을 보면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게 맞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