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정상회의 계기로 개최된 지속가능발전 관련 오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아세안+3 정상회의 계기로 개최된 지속가능발전 관련 오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정부가 오는 9일이면 임기 반환점을 돌고 집권 하반기에 들어간다.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진전시켰다는 점은 큰 성과로 꼽힌다. 반면 인사 부분에서는 조국 전 장관 임명과 사퇴과정에서 국민갈등이 커진 것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하반기 평가는 상반기에 마무리 짓지 못했던 개혁과제를 완수하고,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여건 악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 공정 외쳤지만 조국 사태로 퇴색

촛불혁명의 담지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상반기 의의는 공정과 적폐청산에 있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개혁이 이 차원에서 이뤄졌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표어 아래,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 노동제를 시행해 경제구조 개혁에도 힘썼다. 현재 드러나는 거시적 지표로 성패 여부를 평가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양극화 해소와 복지·분배 정책에 문재인 정부가 상당히 노력했음은 분명하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물론 하노이 2차 북미회담 결렬로 마지막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휴전선 인근 적대행위를 끝내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2년 전에는 전쟁위기였지만 지금은 어떠한 핵실험도, (ICBM) 미사일 발사도 없다”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인사문제와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촉발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다수의 장관 후보자들이 논란 속에 낙마하거나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도 실패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기조에 적합한 내각을 꾸렸느냐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의 경우 자녀 입시 불공정 논란으로 인해 정부 지지율이 출렁이는 등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았다.

4일 ‘문재인 정부 국정성과와 향후 과제’ 토론회를 주최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적 포용 국가는 포용과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전제이자 기반은 공정”이라며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그리고 이에 대한 검찰의 대응을 보면서, 또한 대학입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공정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초기 정책의 방향은 적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 성과를 거두려는 책임과 의지를 지닌 정책의 주체가 불분명했다”며 “1기 내각 구성이 발표될 때 과연 새로운 시대의 정책적 사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추진할 책임의식과 의지가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2기 내각은 더 모호했고 결국 조국 사태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고 지적했다. 
 
◇ 대외여건에 따른 통상정책 변화 불가피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문재인 정부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 여론조사. 경제활성화가 단연 1위로 꼽혔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문재인 정부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 여론조사. 경제활성화가 단연 1위로 꼽혔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평가가 쉽지 않다. 잠재성장률이 줄어들고, 당초 예측치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등 거시지표의 악화는 뚜렷하다. 하지만 그 원인이 미중 무역갈등 등 문재인 정부가 예측·통제할 수 없는 대외 악영향에 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정책기획위원회 소속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미중 간 패권갈등이 이렇게 첨예하게 진행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를 책임지고 수행할 인사배치와 대외여건 변화에 적합한 경제정책 수립에 정책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1%가 하반기 문재인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로 ‘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대외적으로는 변화된 통상환경에 대응한 자유무역협정 확대, 대내적으로 혁신과정에서의 이해관계자 갈등, 세대 간 갈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봤다.

강동수 KDI 연구본부장은 “단기적인 경기 반전에 집착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포용성과 혁신역량 배양이 절실하다”면서 “회피할 수 없는 (혁신의) 추세적 흐름에 대해 정부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관리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정책 내용과 결정과정에 세대간 형평성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시장의 투명화와 개방화에 따른 신 중국 진출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며 통상현안에 대한 안정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FTA 2.0 등 “확장, 혁신, 포용을 실현하는 새로운 통상 전략의 추구 및 개도국과의 협력형 무역협정 모델 개발”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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