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관련 업계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다.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한 행보로 보인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에 영향을 미칠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 전경. /삼성전자
한국 반도체 수출이 내년에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에 영향을 미칠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 전경. /삼성전자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올해 반도체 업계의 부진이 이어졌으나 호황기가 시작된 2017년보다 반도체 누적 수출액이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0년에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한국 반도체 수출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반도체 수출 물량은 2,557.2톤으로, 지난해 같은 달(2,204.4톤)에 비해 16.0% 늘어났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산업생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 역시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올 3분기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상승했다.

다만 수출액의 경우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다. 산업연구원(KIET) 보고서에 따르면 올 1~9월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714억달러로 초호황기였던 지난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호황기가 시작된 2017년보다 높은 수준이며, 2014년 이후 평년 실적보다는 양호하다. 

지난달까지 합하면 반도체 수출액은 789억6,500만달러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1071억7,000만달러)보다 26.3% 줄었다. 지난해 반도체가 초호황기라 올 하반기에 오히려 역기저 효과가 생겼던 것이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급락한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D램의 10월 고정거래가격은 2.81달러로 1년 전보다 62%나 하락했다.

반도체 수출은 올 2월 최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이며, 지난 7월부터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9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25.3% 감소했지만 수출이 예년 실적보다는 양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본격적인 5G 통신 도입과 PC 수요 회복,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개발이 가속화되는 등 침체기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도 하락세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내년 올림픽 효과에 따른 전자기기 수요 증가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2017년(979억달러)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웃돌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계에서는 D램 가격의 경우 내년 1분기에 반등하고, 비수기인 올 4분기에도 낸드플래시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도 8월 이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곡선이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판단했다.

우선 PC·스마트폰·서버 등 3대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가·대용량 제품을 많이 쓰는 서버업체들의 주문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IT 산업 불황을 우려했던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면서 이들에게 납품하는 대만·미국·중국 등 서버업체가 D램·낸드플래시 선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5G 세대 본격화도 호재에 속한다. 5G 스마트폰은 LTE(4세대 이동통신) 제품보다 대용량·고성능 부품이 필요하므로 D램·낸드플래시 탑재량이 많다. 인텔·AMD의 치열한 CPU 경쟁이 격화하며 PC 가격이 낮아져 PC용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를 경기 주기 변동과 신수요 대응을 위해 단기적인 경기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3분기 매출 17조5,900억원과 영업이익 3조3,4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직전분기(21.1%) 대비 3.8%p 떨어진 17.3%에 그쳤다.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삼성 측은 4분기 전망에 대해 “메모리의 경우 고객사들의 재고 확보 등에 따라 전분기 대비 수요가 소폭 증가하고, 시스템LSI는 EUV 7나노 신제품 양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40%에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고 정상화를 공식화하고 연내 최첨단 6세대 128단 3D V낸드 공정으로 전환해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4분기 시설투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메모리 인프라 투자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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