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포럼서 석학 기술교류… ‘인간처럼 생각하는’ AGI 개발에 박차

이재용 부회장은 화학 등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비주력 사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AI(인공지능) 연구 현황을 알 수 있는 '삼성 AI 포럼 2019'가 4~5일 열렸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삼성전자가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삼성 AI 포럼 2019(이하 삼성 AI 포럼)’를 개최해 눈길을 끈다. AI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육성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의 미래 산업이어서다.

‘삼성 AI 포럼’은 지난 4일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주관으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됐고, 5일에는 삼성리서치 주관으로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포럼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AI 전문가들의 강연이 마련돼 관련 분야 전문가와 교수, 학생 등 1,7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 날에는 딥러닝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이 연구 성과를 발표했고, 우수 논문을 선별해 전시하는 세션도 마련됐다.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온 디바이스 AI 통역 기술을 선보였다.

둘째 날인 5일엔 기존 딥러닝이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인공지능 알고리즘 필요성에 의견이 모아졌다. 또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인공지능) 실현을 위한 연구결과 등이 발표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AGI 연구와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현재 AGI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복합적 지능을 갖춘 이 기술이 다양한 기기들과 융합될 경우 한층 획기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AGI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GI란 기존 AI의 한계를 돌파해 자체 학습하고 판단하는 차원을 넘어 ‘결정’(Decision)까지 하는 차세대 AI 기술이다. 초기 AI는 인간이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학습하는 능력을 가진 기계라면, 고 사장이 제시한 AGI는 주어진 모든 상황에서 사람처럼 생각하고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AI 개발 선발주자인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도 아직 AGI를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AGI 기술을 선점해 ‘초격차’를 구현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7월 MS가 엘론 머스크(테슬라 CEO)가 세운 AGI 전문 업체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를 투자한 것을 미뤄보면, 삼성전자도 AGI 관련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AI 전담 인력을 국내 600여명, 해외 400여명을 육성하겠다고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이번 AI 포럼에서 AGI를 공식화한 만큼 AI 인재 상당수가 이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AGI의 권위자인 노아 스미스 워싱턴대 교수가 포럼 이틀째 참석해 기존 AI(자연어 처리 딥러닝 모델 분야)가 갖고 있는 취약점에 대해 분석하며 삼성전자가 시도하는 AGI에 힘을 실어줬다.

5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19'에서 고동진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5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19'에서 고동진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AI 분야에서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움직임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경영활동을 재개하면서 직접 유럽, 북미 출장을 통해 4차 산업혁명·미래 기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AI 핵심 인재 영입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AI,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중 25조원을 AI·5G 등에 투자해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7개국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부회장의 강력한 AI 육성 의지 덕분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이 부회장이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 위구연 하버드대 교수, 다니엘 리 코넬대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것도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비록 AI 후발주자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가 발표한 AI 관련 특허 보유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지난 1월 기준으로 11,243건의 특허를 보유해 MS와 IBM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출원된 AI 관련 특허가 모두 7만8,085건으로 10년 전인 2008년의 3.4배 수준으로 늘었고, 올 1월에만 해도 9,085건이었다. 삼성전자가 빠른 속도로 AI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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