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모닝, 스파크 등 경차가 최근 입지를 크게 잃고 있다.
한때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모닝, 스파크 등 경차가 최근 입지를 크게 잃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민차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며 남부럽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했던 경차가 시대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여전히 준수한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잘나가던 ‘영광의 시절’에 비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국내 경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은 기아자동차 모닝과 한국지엠 쉐보레 스파크다. 뛰어난 경제성을 주무기로 오랜 세월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모닝은 10월까지 4만1,34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 중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7% 감소한 수치다. 스파크 역시 2만8,420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년간의 흐름을 살펴보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 모닝은 2014년 9만6,089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5년 8만8,455대, 2016년 7만5,133대, 2017년 7만437대에 이어 지난해(5만9,042대)에는 아예 6만대 고지마저 무너졌다. 이 기간 전년대비 판매실적은 -7.9%, -15.1%, -6.3%, -16.2%를 기록했다.

모닝은 2010년을 전후로 최고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2009년 10만2,082대, 2010년 10만1,570대, 2011년 11만482대로 3년 연속 10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전년대비 판매실적이 증가한 것은 2014년 단 한 번뿐이며, 그마저도 2.6%에 불과했다.

스파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판매실적을 끌어올렸던 2016년 7만8,035대 이후 판매실적이 급락했다. 2017년엔 전년대비 39.5% 감소한 4만7,244대, 2018년엔 다시 15.6% 감소한 3만9,868대를 기록했다.

스파크는 2011년 처음으로 6만대 고지를 밟은 이후 2015년까지 줄곧 연간 6만대 수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이제는 아예 연간 4만대 아래로 떨어진 모습이다. 올해는 3만5,000대를 넘기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된다. 먼저 시장의 변화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는 중형 세단과 SUV가 대세로 떠올랐다. 특히 SUV 라인업이 소형과 초소형까지 세분화되면서 경차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기존에 경차로 몰렸던 서민, 생애 첫차, 여성운전자 등의 수요가 소형 및 초소형 SUV로 옮겨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기업에 있다. 우선, 수익성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는 경차 대신 소형 및 초소형 SUV 공략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한국지엠의 경우 군산공장 폐쇄 논란 이후 무너진 브랜드 이미지와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내수시장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는 경차가 베스트셀링카 1위를 다투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일은 보기 힘들 것”이라며 “이미 소형차가 입지를 크게 상실한 가운데 경차의 존재감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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