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속 아픈 과거를 지닌 미혼모 '동백'(공효진 분) 캐릭터 / KBS2TV '동백꽃 필 무렵' 방송화면 캡처
KBS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속 아픈 과거를 지닌 미혼모 '동백'(공효진 분) 캐릭터 / KBS2TV '동백꽃 필 무렵' 방송화면 캡처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드라마가 비추는 미혼모의 모습은 대부분 비슷하다. 세상의 편견과 현실의 아픔을 드러내는 것은 잠깐일 뿐, 백마 탄 왕자님의 등장으로 제 2의 인생을 산다거나 사랑꾼 연인의 등장으로 해피엔딩을 맺는 것이 다반사다. 최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동백’이도 예외는 아니다.

아픈 과거를 지닌 가난한 미혼모지만, ‘동백꽃 필 무렵’ 속 ‘동백’(공효진 분)의 현실은 ‘행복’이란 단어를 써도 아깝지 않다. 자신밖에 모르는 아들 ‘필구’(김강훈 분)가 있고, 또 운명처럼 나타난 사랑꾼 ‘황용식’(강하늘 분)이 있으니 그녀에겐 천군만마가 필요 없다. 여기에 톱스타 야구선수인 친부 ‘강종렬’(김지석 분)이 경제적 지원까지, 부족할 게 없다. 그렇다면 실제 존재하는 수많은 동백이들에게도 현실은 행복하기만 할까.

◇ 2만명의 ‘동백’… 현실은 51%가 무직 상태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국 미혼모 수는 2만2,154명에 달한다. 서류상에 포함되지 않은 미혼모 수까지 포함한다면 훨씬 더 많은 ‘동백’이들이 사회 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세상이 바뀌고 동거에 대한 인식마저도 개방적으로 변하는 시대라지만 미혼모들에겐 아직까지 각박한 게 현실이다. 미혼모들은 “남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엄마”라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미혼에 엄마’라는 점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취학 자녀를 둔 10~40대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편견을 경험한 적이 있냐’는 질문을 던진 결과 82.7%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미혼모’라는 타이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아직까지 미흡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혼모를 대상으로 편견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 인구보건복지협회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혼모를 대상으로 편견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 인구보건복지협회

사회적인 인식은 그들의 취업 전선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2018년 육아 정책 연구소가 실시한 ‘2018년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재가양육미혼모’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견이나 차별로 취업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43.3%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혼모 359명을 상대로 진행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1%가 현재 무직 상태라고 답했다. 학생 신분인 미혼모 12%를 제외하면 37%만이 취직 상태인 것. 이들 취업자 중에도 정규직에 재직 중이라고 답한 이들은 31.6%에 불과하다.

미혼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취업을 하는 것도, 취업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극중 동백이처럼 자기 사업을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잖은 투자비용이 있어야 가능한 개인사업은 사실상 꿈 같은 이야기다. 그나마 가족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육아의 부담감이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을 테지만 가족의 힘마저 빌릴 수 없는 미혼모의 경우엔 육아와 일을 둘 다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상황은 녹록지 않다.

◇ 신청조차 불가능한 정부의 미혼모 지원

이러한 미혼모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추가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2019년 정부는 저소득층 한부모를 위해 양육비 지원 금액을 기존 13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렸다. 청소년 자녀 한부모 가족에게 지원하는 금액 역시 월 18만원에서 35만원으로, 두 배 가까운 금액으로 올렸다. 이밖에도 미혼모‧미혼부의 자립 지원을 위해 월 300시간 아이돌보미를 파견시키는 제도도 마련했다.

물론 양육비 지원 금액 향상과 같은 제도의 확대는 미혼모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이지 못한 홍보로 미혼모들이 이런 정보를 일일이 찾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6일 미혼모지원네트워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이돌보미 파견’과 같은 제도는 미혼모들이 아직 잘 모른다. 지차체에서의 공격적인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혼모들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 출생신고를 하러 갔을 때 관련 제도를 미혼모들에게 알려주는 식의 새로운 제도를 대상자에게 알릴 수 있는 직접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정부의 지원 제도를 알게 됐더라도 지원제도를 신청 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미혼모지원네트워크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칸막이가 존재한다”며 “올해 국토교통부에서 미혼모‧미혼부 등 한부모가족 주거지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세임대주택 지원 금액 및 공공주택 분양 등에 있어 지원내용을 신혼부부 수준으로 개선했다. 이에 미혼모와 함께 관련 기관에 신청을 하러 갔지만 신청이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 3개월 차인 미혼모와 동행해서 신청을 하러 갔는데 지원이 안된다고 했다. 낙태를 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라며 “현장에서 미혼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해석 논란이 존재한다. 공무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에 적시된 신혼부부매입임대 한부모 가족 신청 기준 / 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 캡처
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에 적시된 신혼부부매입임대 한부모 가족 신청 기준 / 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 캡처

실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족을 신혼부부와 동등한 입주자격으로 인정하고 있다. 여기엔 임신 중인 미혼모가 신청하는 것도 포함된다.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태아도 자녀로 인정된다”며 “임신진단증명서만 있다면 개월 수에 상관없이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혼모지원네트워크 관계자는 “미혼모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인 ‘취업 성공 패키지’를 듣는다. 프로그램의 80% 이상을 이수해야 인정이 된다. 아이가 아파서 못가는 등의 사례는 하나도 감안이 되질 않는다. 아이의 나이별에 맞는 미혼모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한편 “단순 현금성 지원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청소년 문제부터 다시금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지난해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 출산한 아이가 1,300명이다. 매일 3.5명씩 태어나는 꼴이다. 이들의 재임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모델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다뤄지는 드라마 속 미혼모의 모습과는 달리 현실 속 미혼모들이 살아가는 삶은 아직까지 차갑고 각박하기만 하다. 과거에 비해 분명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혼모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기엔 사회적 인식도, 제도적 수준도 아직 개선해 나갈 길이 멀다. 드라마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닌, 2만여명의 ‘동백’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는 그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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