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방한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만난 뒤 결과를 묻는 질의에 “환상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미 간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의 발언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강경화 장관을 접견한 스틸웰 차관보는 이어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과도 청와대에서 만났다. 청와대는 6일 오후 늦게 브리핑을 통해 “양측은 지소미아, 방위비분담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동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우리 측의 기류변화 가능성을 점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서훈 국정원장은 “지소미아 복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고, 정경두 국방부장관도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하는 등 주요 관계자들이 지소미아 연장 가능성을 밝혀둔 것이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했다.

다만 일본 측이 무역규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측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원상회복해야 지소미아 연장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 측은 두 사안이 전혀 별개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수출관리 제도 개선은 국제 규칙에 따라 수출관리 제도를 적절하게 실시하는데 필요한 운용 개선”이라며 “(지소미아) 협정의 종료 결정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한국 정부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스틸웰 차관보가 말한 ‘환상적 논의’는 지소미아 연장이 아닌,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문제 혹은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계문제에 국한된 내용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미 국무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호주·일본에 이어 세 번째 중요 동맹국으로 분류한 바 있다.

청와대도 지소미아 관련 기존의 입장에서 변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소미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전과) 동일하다”며 “한일 수출규제 문제가 (한국의) 안보사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로 촉발이 됐기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다시 말씀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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