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왼쪽 네번째)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왼쪽 네번째)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7일 자체 신당기획단 출범을 선언했으나, 닻을 올리기도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유승민 변혁 대표가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신당기획단장을 맡게 될 권은희 의원이 "한국당과 통합은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다.

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변혁 의원 비상회의에서 "신당기획단을 출범하기로 결정했다"며 "권은희·유의동 의원이 공동단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당과의 보수통합 논의와 관련해 "보수재건을 위해 대화를 시작하자는 거라면 그런 대화에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유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 조건으로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수용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기 등 3가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유 대표는 이날 이같은 원칙을 재차 거론하며 "한국당 입장에선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런 일"이라며 "다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굉장히 어려운 보수재건의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전날(6일) 보수재건을 위한 통합협의기구를 제안한 것에 대해 유 대표는 "언젠가 결말이 나지 않겠느냐"며 "그런 의지가 확실히 있는 거라면 저도 그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변혁 신당기획단장에 내정된 권은희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당과의 통합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유 대표의 발언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황 대표가 보수대통합을 제안했지만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이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글을 남겼다. 줄곧 한국당과 대화의 여지를 남겨왔던 유 대표의 입장과는 명확한 온도차를 보인 셈이다.

그간 변혁 안철수계 의원들은 유 대표의 한국당과의 통합 조건 제안을 '통합 불가 선언'으로 해석한 경향이 짙었다. 한국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사실상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내다본 것이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변혁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저희는 유 대표가 한국당과의 통합을 위한 움직임을 준비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언론에서는 '이것'만 되면 한국당과 통합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데 내부에 있는 변혁 의원 분들은 '이렇기' 때문에 한국당과 통합은 안 된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에게 권 의원의 입장에 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정치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권 의원이 한국당과 통합 불가 입장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당권파는 권 의원의 글을 개혁보수 노선으로 갈아타려는 '명분 쌓기'로 내다봤다. 권 의원이 변혁 신당기획단장으로 내정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당권파 핵심관계자는 "변혁 바른정당계 의원 중 한국당과 통합 불가를 선언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느냐"며 "권 의원이 개혁보수에 합류하기 위해 (지역구인) 호남에 던지는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변혁의 불협화음을 지적했다. 그는 "변혁 내부에서도 각자 조율이 안돼 동상이몽을 하거나, 손 대표를 끌어내리려고 오월동주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내부에 혼선이 많은 것 같다"고 평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권 의원을 비롯한 변혁 안철수계 7명 의원이 범국민의당계 화요정례회의 불참을 선언하면서 발표한 성명서가 당내 일각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당시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어제 손학규 대표는 신당창당이라는 충격적인 계획을 밝혔다"며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적 가치와 자산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손학규 중심의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은 파렴치한 수법"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성명서에서 거론한 손 대표의 '충격적인 창당 계획'이란 지난달 28일 손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운 정당의 대표가 돼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인사를 모시겠다"며 "새로운 대통합 개혁정당이 다음 총선에서 정치구조 개혁의 깃발을 들 것"이라는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추측됐다.

다만 손 대표의 '대통합 개혁정당' 발언은 지난 8월 '손학규 선언'을 비롯해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나왔다. 더구나 이날 변혁 신당기획단의 실체가 확인된 데다 신당기획단장으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권 의원이 내정되면서 당내 일각에서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자산을 빼앗으려 한다며 터무니 없는 내용으로 당을 흔들더니 결국 시커먼 속내와 위선을 드러낸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의 진짜 자산인 당원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고 빨리 떠났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별개로 당권파는 이미 염두에 뒀던 변혁과의 결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IFC몰 CGV에서 영화 <82년생 김지영> 관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유 대표가) 오래 전부터 당을 나가겠다고 했는데 좋은 정치를 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바른미래당과 중간지대를 지켜서 제3의 새로운 정치를 펼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변혁이) 당을 분열시켜 한국당과 통합하려는 것이 그렇게 좋게 보여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유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줄곧 비협조적 태도로 당에 무관심하더니 이제서야 본색을 드러냈다"며 "자신이 만든 당을 헌신짝 버리듯 내던지고 수구집단에 기웃거리는 모습에 그가 줄곧 외쳐온 '개혁보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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