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산소 공급 중단 가능성 지적 “고장난 비상 산소병 사용”
737MAX·737NG 결함 이어 3번째, 생산라인 자체 문제 제기

보잉 항공기 관련 결함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잉
보잉 항공기 관련 결함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잉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보잉의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보잉 737MAX 추락사고 이후 최근 보잉 737NG 항공기에서 결함이 발견된 뒤 또 다시 보잉 항공기에서 결함이 제기됐다. 이번에 제기된 기재는 보잉787드림라이너(이하 B787)로 긴급 상황 시 기내에서 사용하는 산소호흡기 시스템 결함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현지 매체 BBC와 포브스 등에 따르면, 존 바넷(John Barnett) 전 보잉 품질관리 엔지니어는 B787 항공기에 장착된 긴급 구호 물품 산소호흡기 시스템 테스트 결과 최대 4분의 1에 달하는 장비에서 결함을 발견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존 바넷은 지난 2017년 3월 퇴직할 때까지 총 32년간 보잉에 재직했으며, 지난 2010년부터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노스 찰스턴에 위치한 보잉 공장의 품질 관리자로 근무했다. 이 공장은 장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최첨단 여객기 B787을 제조하는 공장이다.

산소호흡기는 객실 압력이 어떠한 이유로 감압될 경우 천장에서 호흡용 마스크가 내려와 가스 실린더에서 산소를 공급해 승객과 승무원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용도로 쓰인다. 존 바넷은 보잉이 결함이 있는 구호용품을 의도적으로 장착했다고 주장했다.

존 바넷은 BBC와 인터뷰에서 “보잉은 B787을 비롯한 항공기 제조 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서둘러 제조했다”며 “이때 결함이 있는 산소 시스템 부품이 사용되는 등 안전을 뒷전으로 뒀다”고 지적했다.

존 바넷은 “산소호흡기 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위급상황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내 기압이 갑작스레 감압될 경우 일부 승객들은 산소 없이 방치될 수 있다”며 “상공 3만5,000ft(피트·1만668m)에서 1분 이내 또는 4만ft(1만2,192m)에서 20초 내에 무의식 상태가 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뇌 손상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엔진 파손 사고 당시 승객 Marty Martinez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생중계 했다. /Marty Martinez 페이스북
사우스웨스트항공 엔진 파손 사고 당시 승객 Marty Martinez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생중계 했다. /Marty Martinez 페이스북

갑작스런 감압 사건은 드물지만 발생한다. 한 사례로는 지난해 4월, 사우스웨스트항공 항공기에서 엔진 손상 사고로 파편이 발생했고 이것이 항공기 창문을 타격해 창문이 파손됐다. 이 때 파손된 창문 옆자리에 탑승한 승객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 사망했지만, 다른 승객들은 비상 산소마스크를 이용해 무사할 수 있었다.

그가 산소호흡기 시스템 결함에 대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시점은 지난 2016년이다. 존 바넷은 당시 BBC와 인터뷰에서 비상 산소호흡기 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제보했다. 존 바넷은 위급 시 산소호흡기를 사용할 때 일부 실린더에서 산소가 의도대로 배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보잉의 자체 연구 개발 부서에서 통제된 상황을 만들어 테스트를 수행하도록 준비했다. 테스트에는 손상되지 않은 300개의 산소 시스템이 사용됐으며, 실제 기내에서 사용되는 상황을 모방해 진행했다. 해당 제품에 동일한 전류와 압력을 가해 실험한 결과 75개(25%)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존 바넷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검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보잉 경영진들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7년 초 FAA 검토에서 약 53개의 ‘부적합 부품’이 장착 또는 분실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존 바넷의 우려를 뒷받침했다. 이후 FAA는 보잉 측으로 수리 조치를 명령했다.

이와 관련 당시 보잉 측은 “산소호흡기 시스템 공급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을 식별해 결함이 있는 제품은 사용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잉은 기내에 설치된 모든 산소호흡기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친 후 항공기를 인도한다”며 “해당 시스템은 일정한 주기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잉 코리아 관계자도 당시 문제와 관련해 “보잉은 2017년 FAA와 협력해 해당 문제를 승인된 절차에 따라 해결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항공 안전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보잉 측의 이러한 해명에도 존 바넷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보잉은 안전에 관심이 없고 항공기 제조 일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혈안이다”며 “제조 속도와 비용 절감 등이 그들의 관심사다”고 비난했다.

지난 10월 두 차례 열린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알비오 시레스(Albio Sires) 의원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시레스 의원은 청문회에서 B737MAX 생산 라인의 선임 관리자가 보낸 이메일을 인용하면서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CEO에게 생산 압력과 관련해 문의했다. 그는 “생산과 관련한 압력은 직원들이 의도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보잉은 최근 안전 프로세스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를 의뢰했으며, FAA의 항공기 인증 표준과 자사 항공기 설계 및 엔지니어링 요구 사항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잉 직원이 보잉 항공기 제조 공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3월 에티오피아항공 B737MAX 사고 이후 4명의 전·현직 직원이 FAA 핫라인에 연락해 잠재적인 문제를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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