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가 경영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세아그룹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가 경영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아그룹 3세로서 ‘사촌경영’ 후계구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이 중대한 ‘때’를 마주하고 있다. 오너일가 3세 리더로서 경영능력을 발휘해야할 때다.

1978년생인 이태성 대표는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후계자로서 전면에 나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간 인물이다. 여기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부친인 고(故)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이 2013년 출장 도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급작스러운 비운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태성 대표와 세아그룹 오너일가는 침착하게 후계구도를 구축해왔다. 이태성 대표의 작은아버지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중심을 잡은 가운데, 오너일가 2세의 돈독한 ‘형제경영’이 3세 ‘사촌경영’으로 이어졌다.

이태성 대표는 세아홀딩스와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중심의 특수강 부문을 담당했고, 그와 동갑내기 사존지간인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은 세아제강 중심의 강관 부문을 담당했다. 이들은 별다른 잡음 및 분쟁 없이 지분 정리를 진행했고, 나란히 각 계열사 요직을 거치며 세아그룹의 미래로 자리매김 중이다.

◇ 재계의 모범생, 전화위복 만들까

하지만 최근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세아베스틸은 최근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서 고개를 숙였다. 연결기준 7,148억원의 매출액과 함께 4억2,3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것이다. 특히 별도기준으로는 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3분기 적자만 문제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수익성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1,885억원이었던 세아베스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558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4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쳤고, 3분기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이마저도 까먹게 됐다.

이 같은 실적부진은 불황 및 시장여건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아베스틸 측 관계자는 “자동차, 건설중장비 등 전방 수요산업의 생산량 감소가 실적 급감으로 이어졌고, 비수기인 점도 작용했다”며 “특히 세아베스틸만 놓고 보면 경기 침체로 특수강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고정비가 증가해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아창원특수강 역시 판매량은 줄어들었으나, 판매가격이 상승하면서 그나마 연결기준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경기 침체의 여파가 상당한 가운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013년 특수강 부문에 진출한 현대제철이 생산능력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매출처 중 하나가 현대·기아자동차였던 세아베스틸 입장에선 영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태성 대표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와 함께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태성 대표는 후계자를 넘어 수장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었다. 지난해 이순형 회장을 대신해 세아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올해는 이순형 회장이 세아베스틸에서 물러나며 홀로서기가 임박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 인사를 통해 진정한 수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직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태성 대표 입장에선 이번 위기를 오히려 자신의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리더십을 다지는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태성 대표는 이미 특수강 부문에 승부수를 띄우는 행보로 위기 극복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 9월 세아특수강은 세아홀딩스 아래 있던 세아메탈을 인수했다. 또 세아창원특수강의 자회사인 씨티씨는 이태성 대표의 개인 투자회사인 HPP로부터 정밀관 제조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특수강 부문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세아창원특수강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악재 속에 중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 합작사를 설립해 정밀관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이다. 이밖에도 세아베스틸은 올 들어 내부조직을 개편했으며, 판매조직을 특히 강화한 바 있다.

이태성 대표는 앞서 수천억 원대 상속세 완납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재벌 3·4세들의 일탈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재계의 모범사례로 찬사를 받았다. 회사 내에서도 선대에 이어 직원들에게 두터운 신망과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좋은 리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능력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숙명이다. 이태성 대표가 전화위복을 통해 진정한 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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