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모병제' 이슈를 두고 둘로 갈라졌다. 내년 총선에서 미칠 영향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것으로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 모습.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모병제'를 두고 둘로 갈라졌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것으로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모병제’ 도입을 두고 두 쪽으로 갈라졌다. 내부적으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병제 문제가 불거져 갈등이 표출됐다.

갈등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난 7일, ‘점진적으로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시작됐다. 보고서는 ‘앞으로 징집 가능한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징병제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모병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 전국 청년·대학생위원회는 민주연구원의 ‘모병제 전환’ 보고서를 지지했다. 장경태 위원장은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병제 도입 효과로 ▲국방력 강화 ▲청년 일자리 창출 ▲복무한 사람에게 충분한 보상과 예우 등을 꼽으며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갖고 있는 청년 실업, 병역 기피, 남녀 간 차별, 경력 단절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미래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점진적으로 추진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 지도부는 모병제 도입에 부정적이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모병제 도입과 관련해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비판했다. 그는 ▲안보 불안 야기 ▲군 전투력 유지 장애 ▲계층 간 위화감 조성 등을 언급하며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서 모병제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병역 의무는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로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한반도 평화도 튼튼한 안보가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 민주당에서는 우리 군의 전력 강화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4·15 총선 ‘의식한’ 행보

민주당이 모병제 도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총선에 끼칠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모병제는 내년 4·15 총선에서 유권자 표심을 흔들 수 있는 이슈로 꼽힌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20대 남성의 경우, 모병제 도입이 ‘달콤한 사탕’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모병제 도입 검토 주장을 겨냥해 "한마디로 표 장사를 해보겠다고 던져보는 정책”이라며 “던져보는 정책으로 젊은 남성에게 상처 주지 말라. 무책임한 정치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모병제라는 이슈가 정략적으로 나왔다. 정치적으로 (모병제 도입을) 들고나와서 이게 실현되지 않더라도 ‘희망’이라는 가능성을 주는 효과까지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민주당에서) 20대 표심을 다시 끌고 오려는 게 아니겠냐. 안보를 표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민주당이 ‘모병제 도입 검토’라는 이슈를 갖고 나온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었다”라면서 “사실 군대 간 아들을 둔 부모나 군대에 간 젊은 사람은 모병제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고령화 사회인) 우리나라 인구구조 상 수적으로 따지면 (모병제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쪽이 많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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