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저마다 '민생'을 강조했지만, 정쟁으로 인해 심사가 잦은 파행을 겪는 모습이다. 사진은 1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 회의 모습. / 뉴시스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저마다 '민생'을 강조했지만, 정쟁으로 인해 파행을 겪는 모습이다. 사진은 1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 회의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여야의 정쟁으로 정부 예산안 심사가 연이어 파행을 겪고 있다. 이를 두고 여야가 ‘민생은 뒷전인 채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 활력 제고 차원에서 원안대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혈맥을 뚫을 예산과 법안을 적시에 공급해야 한다”라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침체된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도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민생·경제 현안은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예산정책 기자간담회를 갖고 ‘3대 분야 증액 사업’으로 ▲민생·경제 예산 ▲안전·안심·안보 등 3안(安) 예산 ▲공정가치 구현을 위한 희망사다리 공정예산 등을 꼽았다.

다만, 정부·여당이 ‘확장적 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나선 데 대해 ‘묻지 마 과소비 예산안’이라고 규정하며 “내년도 예산안이 500조 원을 넘지 못하도록 절대 규모 자체를 확 줄이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예산은 모두 걷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2020년 예산이 민생·경제 활력의 에너지가 돼 그 성과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중부담·중복지의 재정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채이배 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3일 낸 보도자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방향을 ▲일자리 예산 누수 방지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효율성 제고 ▲소재·부품·장비 예산 효과성 극대화 ▲만성적 집행부진 사업의 외과적 수술 ▲4차 산업혁명 예산 효율화 등으로 규정했다.

◇ ‘정쟁’에 멈추는 예산심사

하지만 여야의 바람과 달리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잦은 파행을 겪고 있다. 지난 6일, 부처별 예산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한차례 파행됐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고성 사과를 요구하면서 회의가 파행됐다. 파행된 전체회의는 다음 날(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과하면서 재개됐다.

여야 간 정쟁으로 파행된 예산 심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도 예산안을 최종 조율하는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역시 김재원 한국당 의원의 ‘막말’ 논란으로 '또' 파행됐다. 민주당은 11일 오전 열린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소위원장인 김 의원에게 이해찬 대표 비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공수처법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결의대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2년 안에 죽는다’라는 한 택시기사 발언을 인용해 전달했다. 민주당은 예산소위 개의 직후 의사진행 발언에서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김 의원에 대한 사과 요구를 ‘정치 쟁점화 시도’라고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여야의 입씨름이 이어지자 회의가 열린 지 11분 만에 정회됐다. 정회된 회의는 이날 오후 재개됐다.

이처럼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두고 여야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여야 모두 말로는 '민생·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정치적 사안이 발생하면 이를 계기로 예산안 심사를 보이콧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생보다 정쟁이 우선'이라는 국민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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