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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㉞] 육아휴직 확대, 놓치고 있는 건 없나요?
2019. 11. 12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육아휴직 제도는 꾸준히 개선·강화되고 있는데 반해 복직 후 사후관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육아휴직 제도는 꾸준히 개선·강화되고 있는데 반해 복직 후 사후관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늘 느끼는 점이지만, 시간이 참 빠릅니다. 딸아이와 함께 2019년을 맞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력이 두 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짧다면 짧은 1년이지만, 한참 자라는 아이들의 시간은 그렇지 않죠. 올해 초만 해도 기어 다니던 딸아이는 이제 거의 뛰어다닙니다. 분유를 먹던 아이가 밥에 고기반찬을 먹고요. 무엇보다 가족의 품을 벗어나,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 다니고 있답니다. 1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참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반면, 우리 사회 저출산문제엔 좀처럼 변화가 없네요. 올해도 역대 최저 출산 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계가 발표된 지난 8월까지 올해 누적 출생아수는 20만8,195명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감소한 수치라고 하네요. 제 딸아이와 동갑내기인 2018년생이 32만명 정도였는데요, 올해는 30만명을 넘기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저출산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관련 제도는 많이 개선됐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 탓에 출산과 육아를 장려·지원하는 각종 정책이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죠. 딸아이가 태어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제도적 보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마냥 아기였던 딸아이가 이제는 제법 많이 컸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마냥 아기였던 딸아이가 이제는 제법 많이 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육아휴직 그 이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육아휴직 제도는 저출산문제와 관련해 최근 대폭 개선·강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본적으로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고, 남성 육아휴직은 특히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죠.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육아휴직 기간과 활용방법, 육아휴직 급여 등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고요. 저희 역시 개선·강화된 제도의 수혜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육아휴직 관련 제도가 나아지고 있는 점은 무척 반갑습니다. 다만, 막상 아내가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니 이전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네요.

저희 아내는 1년의 육아휴직을 마친 뒤 8월부터 복직했습니다. 그리고 강화된 제도 덕분에 단축근로를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이었고, 다른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내년 3월까지 하루 4시간 단축근로를 하기로 했죠.

출산휴가까지 더해 15개월여 만에 복직하게 된 아내는 설렘과 걱정이 교차해보였습니다. 우선, 매일매일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사회생활로 복귀하게 된 것에 대한 기대가 컸고, 답답했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 것도 반가운 듯 했습니다. 반면, 그 사이 업무상 달라지거나 추가된 점과 공백 기간에 따른 업무 숙달 문제 등이 걱정거리였죠. 무엇보다 복직과 함께 근무지가 변경되면서 추가된 업무가 많았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적응하며 호흡을 맞춰야 했습니다.

복직 후 며칠까지만 해도 아내는 좋아보였습니다. 모처럼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하는 것이 즐거워보였고, 출퇴근시간엔 짬짬이 온전한 자기만의 시간을 즐길 수도 있었죠. 하루 4시간의 단축근로 덕에 부담도 크지 않았고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내의 표정은 어두워져갔습니다. 적응에 애를 먹은 겁니다. 아내의 직업은 동료들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숙달된 동료들 사이에서 실수를 하다 보니 점점 위축돼 가는 듯 했습니다.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전 경력을 생각하면 자존심도 상하는 듯 했고요.

그러다보니 4시간의 단축근로는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 복직 후 빠른 업무적응을 오히려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만 거죠. 하루 4시간만 근무하다보니 전반적으로 보조적인 업무에 그칠 수밖에 없었고, 동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퇴근 후엔 육아를 병행해야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더 힘들어 했습니다. 직장에선 자신감을 잃고, 집에선 육아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아내는 말 그대로 ‘멘붕’에 빠지고 말았죠.

육아휴직 후 복직 및 단축근로라는 장밋빛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심지어 아내는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으니까요.

다행히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처음엔 걱정이 앞섰지만 10월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고, 아이가 잘 적응하면서 아내는 육아부담을 한결 덜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퇴근 후 나름대로 자기만의 휴식 및 재충전 시간을 갖게 되니 직장 업무 적응도 한결 나아졌죠. 동료들의 배려도 큰 도움이 됐고요.

한 직업박람회에 참가해 구직표를 적고 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는데 있어 육아휴직 복직 후 사후관리 문제는 무척 중요합니다. /뉴시스
한 직업박람회에 참가해 구직표를 적고 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는데 있어 육아휴직 복직 후 사후관리 문제는 무척 중요합니다. /뉴시스

약 100일에 걸친 아내의 복직 후 기간 동안 가장 크게 느낀 아쉬움은 육아휴직 후 사후관리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복직 후 재교육이나 적응을 돕는 매뉴얼이 있었다면 아내가 겪은 어려움이 한결 덜하지 않았을까요. 복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문제를 어느 정도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모든 것을 개인에게 짊어지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육아휴직 제도의 강화와 발맞춰 이러한 사후관리도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번지르한 제도 뒤에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육아휴직 제도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복직 과정 및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들도 미리 진단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15개월 만에 복직한 제 아내도 이렇게 어려움을 겪었는데, 아이를 둘 이상 낳고 몇 년씩 자리를 비우다 돌아오게 되는 경우엔 얼마나 더 힘들겠습니까.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에게 재교육을 실시하고, 적응을 적극 돕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기업들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그만큼 경력단절 발생도 덜하겠죠. 다만, 육아휴직 제도의 확대 추세에 비해 육아휴직 사후관리에 대한 인식은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요술방망이처럼 대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직업과 직종, 근무방식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육아휴직 복직 후 업무 적응을 돕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제각기 다르죠. 또 국가 차원의 제도와 더불어, 각 기업들의 세심한 노력과 동료 및 가족의 배려까지 여러 측면들이 동반돼야 합니다.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중요한 점은 육아휴직 제도 강화 뿐 아니라 그 이후의 사후관리 또한 중요하다는 문제인식입니다. 문제를 인식해야 해결의 출발점에 설 수 있죠. 앞서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부분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듯, 해결의 출발점에 서기만 하면 작은 부분부터 개선이 가능합니다.

먼저, 육아휴직 후 복직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지 파악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진 복직 후 6개월이 지나면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 급여의 25%를 사후지급하고 있는데요. 이때 서류를 제출받으며 설문조사를 진행하면 어떨까요. 비용도 크게 들지 않고, 각 기업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보단 내실 있는 응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기업 및 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가족친화인증’ 심사 기준에 육아휴직 복직 이후 사후관리 항목을 명시하는 것도 문제인식을 확산시키는데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현재 심사 기준을 보면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 △배우자 출산휴가 5일 이상 이용률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률 등 아주 구체적인 항목들이 포함돼있는데요. 여기에 육아휴직 복직 후 업무 적응 지원을 평가하는 내용이나 이에 대한 만족도 등의 항목도 구체적으로 포함시키는 겁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이 있죠. 부디 저출산문제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우를 최소화하길 바랍니다. 육아휴직 제도 확대와 함께 사후관리 문제도 놓치지 않는 것.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