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 정부 관계자, 자치단체장들이 합동회의를 열고 지방재정 집행률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뉴시스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 정부 관계자, 자치단체장들이 합동회의를 열고 지방재정 집행률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방예산 집행률 확대를 위해 청와대와 민주당,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여 머리를 맞댔다.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확장적 예산편성과 더불어 지방정부의 집행률을 올리는 작업이 병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정집행률 목표는 중앙정부 97%, 지방정부 90% 수준이다.

12일 당정청 지방정부 합동회의에 참석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3년 간 평균 재정 집행상황을 보면 85% 수준에 불과하다”며 “특히 지방재정의 경우 집행효과가 현장에서 즉시 나타나기 때문에 (경제활력 제고) 역할에 있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지방재정은 현장에 밀착돼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민간활력이 부족할 때 재정은 경기 보강의 마중물과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확장적 재정과 함께 집행률 제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지방정부 세계잉여금 총합 규모는 69조 원이었으며, 순세계잉여금은 35조 원에 달했다. 세계잉여금은 당해연도 전체 세입에서 세출을 제외한 금액이며, 순세계잉여금은 세계잉여금에서 반환해야할 중앙정부 보조금 등을 제외한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이다.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집행률을 높였다면, 산술적으로 1.7%(GDP 31조원)의 경제성장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 2018년 못 쓴 지방예산 69조

지방재정 집행률이 낮은 데에는 구조적·관행적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상황에 따라 확장·축소 등 탄력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재정은 법률상 ‘균형재정’ 원칙에 따라야 한다. 예상세입 규모에 따라 지출 규모를 맞춰야 한다는 원칙이다. 세입세출을 맞추기 위해 지방정부는 예상세수는 적게 지출은 크게 잡는 ‘보수적’ 운영을 해왔고, 결산상 잉여금이 남는 결과가 반복됐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 토지보상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추진하는 사업이 늦어져 집행률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행정안전부는 재정의 신속집행을 위해 대규모 시설비 집행절차 간소화 및 지방재정제도 일정 단축을 추진하는 한편, 예산집행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이월액을 최소화하는 자치단체에는 교부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집행을 독려하기로 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국제기구에서도 권고한 바와 같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통한 경기보강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지방재정집행률 목표를 역대 최대로 설정하고 실시간 점검 및 독려를 하고 있다. 11월 11일 기준 지방재정 전체집행율은 72% 수준인데 연말까지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청 지방정부 합동회의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진영 행안부 장관,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등이 참석했으며,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용섭 광주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대부분 자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한 다수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에 대해 야권은 내년 총선을 대비한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어차피 내 돈 아니니까 쓸 때까지 쓰자’는 게 지금 여당의 예산 마인드”라며 “흥청망청 엉터리 예산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내년도 정부예산안에서 14조 원을 삭감하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황이다.

이날 ‘열린토론 미래’에 참석한 김무성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주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투자·수출은 줄면서 경제성장률은 1%대로 내려갔고, 경제가 나빠지면서 세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재정은 더 쓰는 미친 짓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관심사는 권력 유지와 정권 재창출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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