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초음파검사 건강보험 적용 후 환자수 급증
계획에 의한 적자·적립금 사용… “적립금 10조원 이상 보유 시 문제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혈압 약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한 건강보험 추가 지출 손실금에 대한 책임을 국내 제약사들에게 묻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보건당국의 적자와 의료계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올해 말까지 3조원 이상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어 향후 5년간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적자는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건보공단은 현금수지 기준 올해 당기수지가 3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재정 상황을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8월말 기준 19조6,000억원인 누적적립금도 17조4,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건보공단은 예상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 1,778억원 당기수지 순지출을 기록한 후 △올해 3조1,636억원 △2020년 2조7,275억원 △2021년 1조679억원 △2022년 1조6,877억원 △2023년 8,681억원 등 연속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기간 누적수지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기준 20조5,955억원에 달하던 누적수지가 2023년 11조807억원으로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7년까지 7년간의 흑자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후 적자곡선을 그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 포함된 ‘문케어’가 지목된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관련 표. /보건복지부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및 추진방안. /보건복지부(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문케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국민들이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경제난에 빠지거나,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메디컬 푸어’에 대한 조치다. 미용·성형 외 모든 의료분야에 대해 2022년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해 의료비 부담 감축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상복부 초음파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뇌·혈관(뇌·경부)·특수검사 MRI, 올해 2월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5월 두경부 MRI 등에 차례로 적용됐다.

문케어 시행 후 초음파검사와 MRI(자기공명영상)검사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돼 국민들이 검사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 상당부분이 감소했다. MRI는 이전 대비 약 4분의 1, 초음파검사는 약 3분의 1 수준으로 진료비용이 낮아져 혜택을 누리는 환자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적지 않은 환자들이 심각한 부상이나 질병이 아님에도 MRI와 초음파검사 진료를 받는 등 보건당국 및 의료계에서 부작용이 일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초음파검사 건강보험료 청구 건수는 2017년 약 35만건에서 2018년 210만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1월부터 8월까지 청구 건수가 276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건강보험 청구금액으로 환산할 시 2017년 약 233억원에서 올해 2,306억원으로 2년만에 약 10배 가까이 솟구쳤다. MRI 검사 건강보험 청구 건수도 2017년 약 81만건(2,242억원)에서 올해(1~8월) 175만건(4,77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MRI와 초음파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내년 △척추 MRI △흉부·심장 초음파까지 포함되며, 2021년에는 모든 신체 부위로 확대된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로 건보공단의 당기수지는 하락세를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케어의 영향은 건보공단의 지속되는 적자와 누적수지 감소 외에도 상급병원 환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MRI가 급여항목으로 전환된 후 경미한 부상에도 MRI 촬영을 원하는 환자들이 늘어나 정작 진료를 받아야하는 중증환자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 위치한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MRI와 초음파 검사가 급여항목 전환 후 이점보다 문제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전했다. A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MRI 급여 적용 확대 전후를 비교하면 검진차원의 진료 환자가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전국의 모든 상급종합병원에서 나타나고 있어 정작 우선적으로 검사 받아야하는 암환자 또는 중증환자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우선적으로 검사하고 치료해야하는 임무가 있다”며 “그러나 (문케어로 인한) MRI 건강보험 적용으로 중요한 환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문제를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 발생과 관련해 복지부는 문케어가 완료되는 2022년, 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이 끝나는 2023년까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10조원 이상 유지돼 재정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문케어 추진 단계에 비급여항목 일부를 급여화 전환 시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 동안 흑자를 달성하면서 쌓은 적립금을 사용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건보공단 적립금은 메르스(MERS)나 사스(SARS) 등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인데, 적정수준을 계산해보니 10조원 내외 보유 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건보공단 당기수지 적자와 적립금 사용은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른 것으로 적자가 과하지 않은 선에서 국민들에게 혜택을 늘려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건보공단 재정 안정성을 흔들면서까지 적립금을 사용할 수는 없는 만큼, 자금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문제가 예상되면 속도조절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기수지 적자와 관련해 2021년 이후부터는 1조원 대로 낙폭이 낮아지며 2023년에는 1조원 미만까지 적자 폭이 줄어드는 것을 설명하면서 향후 누적적립금에 영향이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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