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유승민 의원이 14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변혁의 새 대표로 오신환 원내대표가 추대된 가운데, 유 의원이 변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유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유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9월 (바른미래당이) 이대론 안 된다는 점에 100% 공감대를 갖고 15분 의원이 변혁을 시작했다"며 "저희끼리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진통도 겪은 결과가 '신당추진기획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권은희·유의동 의원이 단장을 맡아줬고 7명 청년을 추진기획위원으로 모시게 됐다"며 "변혁의 1막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오늘 회의를 마지막으로 저는 변혁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유 의원은 지난 9월 30일 변혁 출범과 동시에 대표직을 맡은 이후 46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당시 유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대표직을) 원치 않았다"면서도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대표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신당추진기획단을 공식화하면서 변혁 대표로서 자신의 1차 임무를 마무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 의원이 일선에서 물러나도 변혁의 구심점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갑작스런 대표직 사퇴 배경과 의도를 놓고 당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변혁이 한국당과 보수통합 문제를 놓고 수개월 간 물밑교류를 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최근 바른미래당 내에서 분당 기류가 급물살을 타면서부터 그간 달궈놨던 한국당과의 보수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게 됐다.

유 의원은 일찌감치 한국당과 통합 조건으로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수용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기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을 맡은 권은희 의원이 "한국당과 통합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변혁 내부에서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 의원을 비롯한 변혁 안철수계는 "유 의원이 한국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한국당과 통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유 의원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보수통합 관련 통화를 했고 급기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묻고 가기로 합의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변혁 의원들은 '한국당발(發) 언론플레이'라며 고개를 젓고 있으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평가다. 또 유 의원이 변혁 대표로서 집중 관심대상이 되는 것보다,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보수통합 물밑교류에 힘을 쏟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안에서 변혁의 대표는 사실상 별다른 권한이 없는 데다, 탈당 및 창당을 앞둔 상황에서 결국 유 의원이 신당 대표를 맡으면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 의원이 물밑에서 보수통합 논의를 직접 하려는 듯하다"며 "유 의원이 변혁 대표 자리에서 권 의원 등과 마찰이나 이견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제 변혁은 오 원내대표와 권·유 의원이 '신당 만든다' 한국당과 통합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유 의원 스스로는 수면 아래서 투트랙으로 한국당과 보수통합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당 내 친박세력의 반발도 한몫 거든다. 이들은 유 의원을 비롯한 탄핵 찬성파와 함께하는 데 짙은 거부감이 있다. 반년도 남지 않은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통합의 필요성은 절감하나, 이들은 최소한 유 의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문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기세다. 탄핵을 '묻고 가자'는 유 의원의 입장과는 결부터 다르다.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한국당에서 유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일이 진행되기도 전에 본인과 관련한 내용이 회자되는 것 자체가 통합의 위험요인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예상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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