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미경 최고위원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정 최고위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미경 최고위원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정 최고위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보수진영 내부에 가려졌던 갈등요소가 한 번에 분출하고 있다. 보수통합 방법론 이견, 당선을 위한 각 개인들의 욕구, 여기에 더해 당내 인사들 사이 오래된 구원까지 얽히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통합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시작은 김태흠 의원의 인적쇄신론이었다. 지난 6일 정론관 기자회견을 연 김태흠 의원은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등에 있는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하든지 험지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당 초선의원 44명 전원은 7일 모임을 열고 중진들과 정치지도자급은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 인적쇄신론에 중진들 ‘부글부글’

‘인적쇄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본질은 내년 총선 공천권 다툼에 있었다. ‘다선중진들이 물러나거나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쇄신론은 공천전쟁 국면에서 항상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이에 대해 부산지역 다선 김정훈 의원은 “3선 이상 의원들은 누가 오라고 해서 오거나 나가라고 해서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대구 출마설이 있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험지출마를 마다하지 않겠다”면서도 당 지도부가 이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공개적인 설전도 벌어졌다. 영남지역 출마를 고려하던 홍준표 전 대표는 “박근혜 때 그렇게 아부해서 박근혜를 망치더니 또 다시 M모 중심으로 초재선 모임을 만들어 공천 한 번 더 받으려고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지난 12일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는 “자기들은 따뜻한 고향에 앉아 선배들 보고 험지에 가라고 한다”며 영화 ‘친구’의 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를 외치기도 했다.

공천 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이 첨예해지자 황 대표는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자유우파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통합논의기구를 설치해 그 안에서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한국당의 간판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박찬주 전 대장을 1호 인재로 영입하려 했다가 당 안팎의 빈축을 샀던 것을 덮고자 하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

◇ 설익은 통합론에 계파갈등 부상

하지만 통합의 대상으로 유승민 의원이 거론되면서 친박과 비박 간 계파전 조짐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공화당은 물론이고, 김진태 의원을 포함해 당내 적지 않은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은 덮고 미래로 가자’는 황 대표의 모호한 태도가 더욱 불을 지폈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황교안과 유승민이 합치면 그게 보수통합이냐”고 했다.

여기에 더해 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하려 했던 원유철 의원과 유승민 의원 사이의 오래된 ‘구원’이 회자되면서 더욱 꼬이고 있다. 19대 국회 당시 ‘비박’으로 분류됐던 원 의원은 유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하자 러닝메이트로 함께 정책위의장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유 의원이 낙마했지만, 원 의원은 동반사퇴 대신 공석으로 남게 된 원내대표 자리를 꿰찼었다. ‘유 의원을 배신한 대가’라는 이야기가 여의도에서 끊이지 않았었다. 권성동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니다”라고 황 대표에게 조언했던 이유다.

야심차게 띄운 보수통합 논의가 혼란만 더해가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차 통합의 대상이었던 유 의원은 이날 “황 대표가 보수 재건의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판단을 못 하겠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통합 보다는 신당창당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보수통합 논의를 앞두고 몸값을 올리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있지만, 어찌됐든 황 대표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를 두고 홍준표 전 대표는 “노련한 유승민이 정치 초년생을 데리고 즐기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당 밖의 보수진영 인사들도 고개를 가로젓는 분위기다.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는 “보수통합은 정치판 이해관계가 없는 원로들, 이해관계가 있는 당 중심세력을 한방에 놓고 결말이 나올 때까지 문을 잠그고 안 열어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결국 통합은 어려울 거다. 그리고 보수는 또 다시 패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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