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사가 토지와 건축 및 부속 존치물 100%를 양도하기로 한 금천구 가산동의 서울사무소. / 네이버 지도
양지사가 토지와 건축 및 부속 존치물 100%를 양도하기로 한 금천구 가산동의 서울사무소.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수첩 및 다이어리 생산업체 양지사가 34년간 정들었던 서울 금천구 사무소에서 철수한다. 만기가 임박한 단기차입금 상환 등 유동성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서울 거점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현금 바닥 보이는 수첩 명가… 서울시대 접나

양지사가 서울 금천구 가산동 시대를 접는다. 양지사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금천구 가산동 451-1 및 452-1’ 토지 및 건물 100%를 아파트 건설업에 종사하는 디에스네트웍스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양도금액 1,700억원 가운데 이날 170억원이 계약금으로 현금지급 됐다. 남은 잔금 1,530억원은 오는 12월 27일 치를 예정이다.

서울사무소로 명칭 된 금천구 가산동 사무소는 ‘수첩 명가’ 양지사의 산실과 다름없다. 1976년 중구 순화동에서 양지사를 설립한 이배구 회장은 1985년 5월 지금의 금천구 가산동으로 본사 및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2011년 사옥을 김포로 확장 이전하기 전까지 양지사 본사이자 대한민국의 ‘기록지’ 발전을 이끈 중추 역할을 했다.

양지사가 서울에서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한 달 뒤 잔금을 치르고 서울사무소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변경되지만, 새 둥지를 마련하는 작업은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양지사 관계자는 “건물 이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 당분간은 서울에 사무소를 두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지사가 기업 연혁의 대부분을 함께한 가산 사무소를 매각하게 된 건 유동성 위기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양지사는 공시를 통해 유형자산 양도 목적이 재무구조 개선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양지사는 유동성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서 차입금 상환 압박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양지사(6월 결산법인)는 전년 대비 20%p 감소한 121%의 유동비율을 기록했다. 자본시장에서 양호하다고 보는 기준선인 200%에 한 참 못 미치는 수치다. 보통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이 불어나면서 양지사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2017년 28억원 수준이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101억원으로 급증했다. 수출업체가 원자재 구입 등 자금을 필요로 할 때 저리로 지원해주는 무역금용(58억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유동비율이 보여주듯 양지사의 현금 창출 능력은 저하되고 있다. 지난해 양지사의 현김 및 현금성 자산은 5억원 뿐. 이마저도 올해 첫 사업 분기인 지난 7~9월에 1억6,000만원으로 감소했다. 또 지난해 사업 분기에 이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마저 흑자로 전환되지 못하면서 현금 유입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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