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없는 보스’(감독 송창용)가 베일을 벗었다. /좋은하늘
영화 ‘얼굴없는 보스’(감독 송창용)가 베일을 벗었다. /좋은하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폼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건달의 삶을 택한 상곤(천정명 분). 배신한 선배를 물러나게 하고 마침내 보스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그 일로 선배를 제친 후배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형제보다 사랑하는 동생들과 의리를 맹세하고 목숨보다 사랑하는 그녀와 행복까지 꿈꾸지만, 지옥과 같은 이곳에서 건달들의 낭만은 사치일 뿐이다. 결국 상곤은 얽히고설킨 음모와 배신 속 가족과 동생들까지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영화 ‘얼굴없는 보스’(감독 송창용)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건달 세계, 멋진 남자로 폼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보스의 리얼 감성 누아르다.

겉은 화려하지만 내막은 그렇지 못한 건달들의 비참한 말로를 통해 그들의 세계를 비판하고, 건달의 삶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다. 재미도 의미도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는 ‘얼굴없는 보스’다.

가장 큰 문제는 촌스러운 연출이다. 2019년에 개봉하는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운드, 미장센, 화면 전환 등 모든 것이 올드하다. 근교로 드라이브를 하다 봤을 법한 로케이션과 위기와 안정, 행복과 슬픔 등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단조로운 음악은 영화의 촌스러움을 배가시킨다.

‘얼굴없는 보스’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이하율과 천정명, 곽희성 스틸컷. /좋은하늘
‘얼굴없는 보스’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이하율과 천정명, 곽희성 스틸컷. /좋은하늘

전개도 진부하다. 뻔한 전개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그 짜임새도 헐겁다. 난무하는 배신과 음모, 위기 속에서도 끈끈한 네 남자의 의리, 한 여자를 향한 조직 보스의 순애보 등 그동안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봐왔던 익숙하고 전형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인물들에게 쉽게 몰입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학창시절 함께 운동을 하던 네 친구가 건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왜 이들이 그런 삶을 택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형처럼 멋있게 살고 싶다”는 상곤의 대사뿐이다. 부잣집 아들에다가 판사가 꿈인 연인까지 있는 상곤이 왜 건달의 길을 걷게 되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얼굴없는 보스’로 연기 변신에 나선 천정명(위). /좋은하늘
‘얼굴없는 보스’로 연기 변신에 나선 천정명(위). /좋은하늘

‘조폭에 대한 미화나 우상화는 하지 않았다’는 송창용 감독의 말에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서로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는 우정, 가족처럼 아끼는 동생을 혼자 감옥에 둘 수 없어 항소도 하지 않는 조직 보스, 실패한 선배를 향한 예우 등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조폭의 ‘착한’ 모습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영화 말미에는 상곤의 입을 통해 ‘청소년들을 향한 선도의 메시지’를 대놓고 전한다. 술에 취해 괴로워하던 상곤은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불량 청소년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며, 설교를 쏟아낸다. 배우는 진지하나, 관객은 실소를 터트린다. 참고로 송창용 감독은 해당 장면을 이 영화를 대표하는 신으로 꼽았다.

천정명의 연기 변신도 실패다. 데뷔 후 처음으로 누아르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연기력도 매력도 그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한다. 어색한 표정과 말투가 몰입을 방해하고, 인물의 감정을 도저히 읽을 수 없다. 특유의 동안 외모와 귀여운 이미지를 감안하고 보더라도, 조직 보스 역은 맞지 않은 옷이었다. 완벽한 미스 캐스팅이다. 러닝타임 114분, 오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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