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식(우)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이수정(좌)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공정식(우)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이수정(좌)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살인·강도·강간 추행·절도·폭력 등 5대 강력범죄 발생지역이 특정지역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선제적 치안체계 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단속을 하는 것보다 특정 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범죄를 분석하고 유형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범죄 경감에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력범죄가 특정지역에 집중돼 발생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2018년부터 2019년 9월 기준 부천 원미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은 2,397건, 폭력 사건은 4,106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울릉도는 같은 기간 절도 9건, 폭력 40건으로 나타났다. 살인 사건은 서울 영등포가 17건, 강도 사건은 부산진이 17건으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강력범죄 전문가들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범죄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5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선제적 치안체계는 지역별로 특정 강력범죄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세우는 것"이라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범죄 예방 대책에 집중하는 방식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성폭력이나 살인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공격하는 행위니까, 행위를 미리 예측해 예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범죄가 주로 발생하는 지역에 안전박스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CTV(폐쇄회로텔레비전) 확대 설치도 제안했다. 공 교수는 "우리나라 CCTV수는 세계적으로 중간 정도 수준"이라며 "CCTV는 대인(對人)범죄에 있어서는 사후적, 대물(對物)범죄에 있어서는 사전예방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 치안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먼저 법과 제도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선제적 치안체계는 특별한 수사기법이 아니다"며 "범죄 유형과 발생 실태를 고려한 지역에 특화된 치안 활동을 하라는 이야기로 들린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분적으로는 열심히 하면 범죄예방에 일조하겠지만 구조적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신림동 사건을 고려할 때, 경찰이 아무리 단속하려고 해도 대상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면 처벌조차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신림동 사건'은 지난 5월 한 남성이 신림동에서 귀가 중이던 여성을 뒤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했던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다. 재판부는 이 남성에 대해 주거침입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으나 강간미수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 교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이라는 행위를 범죄화하는 '스토킹 방지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치안체계도 법 제도 개선과 함께 가야 경찰의 치안 유지 활동에도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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