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사람 의사'에게 진료받는 대신 'AI 의사'에게 진단받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나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수많은 의사들이 의사의 자격을 인정받는 순간 맹세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미래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로봇’이 함께 외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 방대한 의료 데이터, AI 분석으로 정밀 진단

현대 의학은 오랜 세월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를 통해 눈부신 의학의 발전은 이뤄졌으나 방대하고 다양한 의료 데이터 중 진료과정에 필요한 데이터의 선별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동일 질환 환자에 대한 의료진들의 데이터 해석 방향의 차이로 오진이 발생하며 정밀 진단, 수술 등의 경우 의사의 컨디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이런 의료계의 딜레마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인공지능(AI)기술이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AI 기술을 활용한다면 다양한 형태와 방대한 규모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의료현장에선 기존의 진단보다 훨씬 더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다.

지난 2014년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는 의료용 인공지능 IBM 왓슨을 바탕으로 암 진단과 치료법 권고를 시험한 결과 암 진단률 정확도가 82.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후 2016년 BioKorea의 자료에 의하면 IBM 왓슨의 암 진단 정확도는 96%까지 상승했다. 이는 전문의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밀 진단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AI는 의료 서비스에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현재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 상태와 패턴을 분석하는 헬스케어 IT는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또한 수술 분야의 경우도 로보틱스 기술에 AI를 접목한다면 수술 과정의 정밀함과 정확도를 높여 질 높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의료 인공지능 현황 및 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상위권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높다. 이를 통해 연간 수백만 명의 환자진료가 가능하며 다양한 양질의 임상정보 획득 가능해 의료 빅데이터 축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AI를 적용한 의료서비스 분야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개최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 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 R&D 예산으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에 1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선도인재 등을 포함한 '바이오헬스 인력양성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 정부, 기업 AI 의료 서비스 기술 확보 ‘동분서주’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국군 병영에 AI 기반의 진료 플랫폼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군은 내년 시범 사업을 시작해 4년 뒤엔 의사 없이 AI가 단독으로 진단하는 환경 구축을 목표로 두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국방부는 내년 초 데이터 가공, 알고리즘 개발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하반기부터는 AI 진료 플랫폼을 군에 도입한다. 선정된 기업은 군이 제공하는 비식별 군 영상 의료 데이터 168만건을 가공해 AI 진료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두 부처는 AI의 활용도·정확도 등을 판단한 뒤 실제 적용 범위를 정할 예정이다.

통신사들 역시 AI 의료서비스 기술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KT는 의료영상 솔루션에 5G 기반의 AI 기술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KT는 AI 의료영상 분석 기술을 보유한 코어라인소프트와 5G 의료융합 유스케이스 발굴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또한 KT는 연세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5G 기반 AI 응급의료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구급현장의 영상, 음성, 생체 데이터를 5G 망으로 신속히 응급의료센터에 전송한다. 구급 현장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신한 응급의료센터는 구급차 도착 즉시 환자 처치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10일 을지재단과 함께 ‘5G 스마트병원 구축·운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공간 설계 단계에서부터 5G 환경으로 조성되는 병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LG유플러스는 환자 중심 정밀의료서비스 구현을 위한 AI 기반 솔루션, 인프라를 제공하고 의료진 업무 효율 극대화를 위한 사물인터넷(IoT), 위치기반 솔루션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연세대학교와 오는 2020년 개원하는 용인 세브란스병원을 ‘5G 디지털 혁신병원’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4월 SK텔레콤과 연세대학교가 체결한 업무 협약에 따르면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AI, AR, 홀로그램 등 신기술이 병원 내에 대거 적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함께 취약계층 독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한 AI 기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과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거와 ICT 복지를 결합한 어르신 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만 의료업계에서는 AI 의료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AI가 예기치 못한 의학적 변수나 환자의 감정, 고통 등을 분석하는 공감대 형성 능력이 인간에 비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서다. 

AI 기술이 미래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AI의 판단이나 결과의 책임 소재, 사용자 보호, 환자 안전 등 관련 범위와 역량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전망이다. 또한 이에 따른 사회적 논의, 공감대 형성, 법률 및 제도에 대한 연구와 체계 정비 등 역시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