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역사 속으로 퇴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가 역사 속으로 퇴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르노삼성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르노삼성자동차’라는 이름이 역사 속으로 퇴장할 전망이다. 자동차마니아로 알려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각별한 관심 속에 출범했지만 극심한 판매부진 및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삼성과 자동차의 동행이 마침표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내년 8월 만료되는 르노삼성과의 브랜드 이용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르노삼성은 이름에서 ‘삼성’을 떼어내게 된다.

르노그룹은 2000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자동차 지분 80.1%를 인수할 당시부터 10년 단위로 브랜드 이용 계약을 맺어왔다. 국내에서 삼성이 지니고 있는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자동차사업 재개 가능성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긴 했지만,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쏠쏠한 브랜드 이용료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으며 내수시장 판매부진, 수출물량 감소 등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삼성을 상징하는 파란색 대신 눈길을 잡아끄는 노란색으로 매장 내외관 디자인컨셉을 변경하고, 기존의 르노삼성 엠블럼 대신 르노의 자체 엠블럼을 장착한 신차들이 속속 출시되는 등 ‘삼성 지우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계약 연장에 미온적인 삼성그룹의 입장도 이 같은 상황 변화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물론 계약 연장 무산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르노삼성 측은 일단 삼성그룹을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삼성’의 이름을 떼어낼 경우 브랜드 인지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잖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이에 응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계약기간을 조정해 연착륙의 시간을 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르노삼성과 삼성의 동행이 마침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르노삼성 지분 처분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1995년 출범한 삼성자동차는 1998년 SM5를 출시하며 국내 자동차시장에 데뷔했다. SM5는 세련된 디자인과 잔고장 없는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때마침 덮친 외환위기로 원대한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다. 그렇게 르노삼성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SM5, SM7 등을 앞세워 나름의 존재감을 유지했고, 비교적 최근엔 SM6, QM6 등을 출시하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내수시장 판매부진과 노사갈등 심화, 수출물량 감소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현재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과의 결별설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르노삼성은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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