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경영정상화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양대 인터넷전문은행 최고경영자의 경영성적표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가 호실적으로 날개를 펼치고 있는 반면, 케이뱅크의 심성훈 행장은 부진한 실적으로 휘청이고 있다. 심 행장의 임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단기간에 상황을 반전시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계속되는 적자행진… 경영정상화 난항 

케이뱅크는 올 3분기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우리은행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까지 635억5,400만원 손실을 냈다. 1분기 139억1,000만원, 2분기 270억원 적자를 낸 뒤 3분기에도 226억4,400만원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규모가 불어났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출범한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첫 번째 주자로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실적은 신통치 못했다. 설립 후 3년 내내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흑자 실적을 내고 있는 카카오뱅크와는 사뭇 비교된다. 2017년 7월 영업을 개시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설립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이후 올 3분기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54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후발주자지만 가입자수가 실적 면에서 케이뱅크를 크게 앞서 나가고 있다.

양사의 실적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 배경엔 ‘자본확충’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해온 반면, 케이뱅크는 자본수혈에 난항을 겪어왔다. 계획대로 증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신규 대출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이에 따라 대출 영업이 중단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기대됐던 대주주 교체 작업이 지연된 점도 뼈아픈 일이었다. KT는 지난 3월 케이뱅크의 대주주에 오르기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이내 심사는 중단됐다.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5,9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케이뱅크의 계획이 좌초됐다. 그 사이 자본비율은 날로 악화됐다. 올 6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62%를 기록했다. 이는 3월 말 대비 1.86%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증자하지 못할 경우 케이뱅크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장인 심성훈 행장의 속도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그는 케이뱅크의 초대 수장으로 그간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는 지난 9월 임기가 만료된 후, 한시적으로 임기가 연장됐다. 그의 임기 만료일은 1월 1일로 미뤄졌다. 케이뱅크의 임원추천위원회는 유상증자 등 주요 현안 과제를 보다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그의 임기를 한시적으로 연기했다. 이에 추가 시간이 더 주워졌지만, 경영난 해소와 관련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인터넷은행 특별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케이뱅크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오는 21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완화를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KT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재개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다만 대주주 교체로 자본 확충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저금리 시대가 찾아오면서 은행업황에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뱅킹 시장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추세다. 조만간 추가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출범한다면 시장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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