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경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1대 1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선거법과 공수처, 예산안 등 여야 간 난제와 외교적 위기상황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의 구상대로 성사될 경우, 야권 정치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의 독배를 들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한미관계도 어떤 어려움에 봉착할 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제위기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며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수회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 다수의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대 1 회동 형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실제 지난 5월 황 대표는 1대 1 영수회담을 고집했으나, 문 대통령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고 5당 대표 회동을 진행했었다.

영수회담을 통해 거래할 현안도 없다는 게 문제다. 공수처의 경우, 황 대표는 절대불가 입장이지만 문 대통령은 공약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타협의 여지가 없고, 선거법은 “국회가 결정할 일”이어서 협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다. 예산안은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국회선진화법상 자동부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여당 입장에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적 행위로 보고 있다. 내년 공천과 보수통합 등 당내 현안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황 대표의 출구전략이라는 얘기다. 영수회담이 열리면 좋고, 성사되지 않더라도 ‘불통정권’ ‘야당무시’ 등의 명분을 내세워 반문재인 투쟁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는 계산에서다.

최근 한국당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 모임이 영남지역 3선 이상 중진들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공천갈등이 시작됐으며, 이어 변혁과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는 친박과 비박의 해묵은 계파갈등이 벌어져 몸살을 앓았다. 당내 일각에서는 “황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갈등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전날 불출마 선언을 한 김세연 의원은 당 해체와 지도부 퇴진까지 요구했다.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서도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가 책임지겠다”며 개별의원들은 검찰 조사에 나서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검찰조사 거부가 자칫 재판상 불이익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혼란스런 내부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를 촉구하면서 “어물쩍 총선국면으로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황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제의가 오지 않은 만큼, 청와대가 검토를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는 공식적으로 사전에도 사후에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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