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법률자문 결과 손배 청구 가능, 끝까지 받아내겠다”
판가름 요소, 제조물책임법 면책사유 해당 유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혈압 약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한 건강보험 추가 지출 손실금에 대한 책임을 국내 제약사들에게 묻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혈압 약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해 구상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일부 제약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해 만일의 사태 대비에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고혈압 치료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발암추정 물질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제약업계가 끝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공단은 법률자문을 거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며, 소송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약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해 외부 법률자문 검토를 마쳤다. 건보공단은 법률자문 결과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 결함 사유’에 해당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 구상금 미납 제약사 43개사를 상대로 15억9,300만원 규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가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해 구상금을 끝내 납부하지 않을 시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등 주요 정부기관들이 발사르탄에서 발암추정물질 ‘N-니트로소다이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국내에서는 총 69개 제약사에서 생산·판매하는 고혈압 약 175개 품목이 판매중지 됐다.

이에 건보공단은 해당 약품 수거 및 교환, 재진료 비용 등으로 발생한 손해를 제약사 측에 구상금 청구 방식으로 요구했다. 건보공단의 손실 비용은 약 2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69개 제약사 중 26개에서 구상금을 총 4억3,600만원 납부했으며, 43개 제약사는 구상금을 미납한 상태다.

이번 사태와 엮인 제약사 사이에서는 발사르탄 제제 제조과정에 위법행위가 없었음에도 보건당국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 기준에 맞는 원료를 사용하고 제조 공정에도 위법행위가 없는 가운데 빚어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이러한 주장은 제조물책임법 제4조 면책사유의 내용과 유사하다. 해당 법률 내용에 따르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 공급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해당 제조물 공급 당시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했음에도 제조물 결함이 발생했다는 사실 등에 해당할 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

법리적 다툼이 진행될 시 제약업계가 결함 존재에 대해 정말 몰랐는지, 제제 공급 당시 제조 기준을 준수해 제조했음에도 결함이 발생했는지 등이 공방의 판가름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 어느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정해진 것도 없을뿐더러 법적인 문제가 얽힌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소송이 진행되면 상대방 측과 이해관계로 엮이는 부분이 있어 전반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고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의 제약사별 청구액은 대원제약이 2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한국휴텍스제약 1억8,000만원, 엘지화학 1억6,000만원, 한림제약 1억4,000만원, JW중외제약 1억2,000만원, 한국콜마 1억원 등이다.

한편,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현재 발사르탄 구상금 청구 논란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밝히며 말을 아꼈다. 일부 제약사에서도 “민감한 사안이고 법무법인과 함께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말하면서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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