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오는 20일 오전 9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또 다시 철도파업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건과 파문을 낳았던 데다, 시기적으로도 민감한 때여서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기치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에 맞선 철도파업이라는 점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는 왜 또 다시 대대적인 철도파업에 나서는 것일까. 그리고 이번 철도파업은 또 무엇을 남기게 될까.

◇ 3년 주기 반복되는 철도파업… 쟁점은?

철도노조는 오는 20일 오전 9시를 기해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2016년 9월 이후 3년여만의 철도노조 총파업이다. 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19일 오전에도 교섭을 진행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앞선 보수정권 하에서 대대적인 철도파업을 벌인 바 있다. 민영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등 굵직한 사안에 반발한 것이었다. 반면, 정권교체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와 ‘철도통합’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앞선 보수정권과 비교하면, 철도노조와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가 이번 정권에서도 대대적인 철도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철도노조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4조2교대 운영을 위한 안전인력 충원 △4%대 임금인상을 통한 임금정상화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 이행 △KTX·SRT 고속철도 통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와 코레일, 그리고 관계당국 이 같은 쟁점을 두고 현격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핵심쟁점인 인력충원은 철도노조가 4,600여명 증원을 요구하는 반면, 코레일은 1,800명 증원을 고수하고 있다.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코레일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야 하는 철도통합 문제 역시 풀기 쉽지 않은 쟁점이다.

조상수 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철도 안정성과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이 철도노조의 요구”라며 “이는 국민 모두의 정당한 요구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질적인 결정권을 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고, 코레일은 눈치만 보고 있다”며 총파업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2013년 철도파업은 사회적으로 큰 갈등과 파문을 남긴 바 있다. 사진은 당시 민주노총 본부를 둘러싸고 있는 경찰의 모습. /뉴시스

◇ 철도파업의 어두운 과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도 ‘비상’

이처럼 철도파업이 임박한 가운데, 다른 어떤 파업보다 무거운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앞서 단행된 굵직한 철도파업 사례 때문이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권 하에서 단행된 철도파업은 시민불편이나 경제적 넘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남겼다.

먼저 2013년 12월에는 수서발KTX 법인설립에 반대하며 대대적인 철도파업이 일어났다. 민영화 추진에 반발한 철도노조와 직위해제 및 고발로 맞선 코레일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고, 대체인력 투입 논란 속에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며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대학가를 시작으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큰 화제를 낳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철도파업 지지선언이 이어지며 한 겨울 촛불집회가 열린 것도 이때다.

특히 당시 철도파업은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에 나선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 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노동계 전반과 정부의 대치국면으로 확대됐고, 김명환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이 조계사로 은신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13년 철도파업은 23일 만인 12월 31일 마감됐지만, 이후에도 상당한 진통이 계속된 바 있다.

철도파업은 3년여 뒤인 2016년 9월 재현됐다. 이번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이 원흉이었다. 노동계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철도노조는 이번에도 거세게 반발하며 9월 27일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12월 7일까지 72일 동안 이어졌고, 이는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이었다. 당시 철도파업은 2013년에 비해 사회적 파장이 덜했는데, 그 이유는 때마침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모든 정국을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 철도파업이 2013년과 2016년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철도노조와 노동계의 실망감이 쌓여온 만큼 상당한 진통을 남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철도파업은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 단행된다. 사실상 행사기간에도 철도파업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더 큰 불편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행사를 위해 부산으로 이동해야하는 정부와 민간 관계자 및 취재진들은 고속버스 등 대체 교통편을 알아보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수능 이후 본격화될 논술 등 대입시험과 관련해서도 수험생 및 학부모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비상대체인력 동원을 통해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뉴시스

◇ “파업으로 불편해도 양해해 달라”

이 같은 우려 속에 철도파업을 향한 여론의 지지도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진보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는 철도파업을 적극 지지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의 반응은 2013년·2016년 철도파업과 비교해 온도차가 뚜렷하다.

철도노조도 이러한 점을 인식한 듯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총파업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민의 철도안전과 철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가 한발 더 전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파업으로 불편하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도 비상대체인력 동원을 통해 철도파업에 따른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설정된 필수유지운행률을 넘어 광역전철의 운행률은 평시 82%, 출근시간 93%, 퇴근시간 84%로 유지하고, KTX도 평소의 69% 수준으로 운행횟수를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3년 만에 임박한 이번 철도파업이 또 어떤 사회적 파장이나 후폭풍을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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