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변혁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전 변혁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탈당·창당 수순을 밟아가면서 당내 시선은 변혁 안철수계 의원 7명에게 향하고 있다.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정당계 의원 8명의 탈당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으나, 다수 안철수계는 변혁에서 한 발짝 떨어져 '눈치 작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변혁 안철수계 의원들은 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등 7명이다. 신당기획단장을 맡은 권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변혁에서 뚜렷한 역할을 맡지 않은 데다, 바른정당계와 손을 잡고 집단 탈당하는 것도 회의적으로 내다보는 모양새다.

현 시점에서 이들이 바른정당계와 함께 출항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는 구심점인 안철수 전 대표의 의중이 안갯속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비례대표 의원이다. 이들은 당 차원의 출당 없이 자의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는 부담이 있다. 안 전 대표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내릴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12월로 탈당 시기를 가늠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기는 쉽지 않다.

변혁 바른정당계는 당분간 당적을 유지하다가 적정 시기에 변혁 신당으로 옮기는 '단계적 탈당' 시나리오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철수계 의원들은 '단계적 탈당'은커녕 사실상 탈당에 선을 긋고, 나아가 변혁의 최근 행보에 불만을 품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혁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변혁의 신당 추진이나 보수 통합은 유 대표나 바른정당계가 하는 것이고, 안철수계는 관여할 생각이 없다. 이것이 내부적으로 정해진 입장"이라면서 "안 대표가 정치를 재개할지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변혁 중심으로 갈 것인지 독자적으로 갈 것인지, 바른미래당을 고칠 것인지 등 경로를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고 우리들이 안 전 대표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변혁 행보를) 멈추라고 할 수 없으니까, 할 분들은 하고 다만 안철수계는 일정 시점까지는 전체적으로 '스테이'하고 있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혁의 행보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통합을 하든 신당을 하든 한국정치·사회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 시대에 대한 고민이 변혁을 통해 나타났어야 했는데, 그런 것 없이 국민경선제를 하네, (한국당이) 탄핵을 인정하면 통합이 되네 이러고 있으니 국민들 입장에선 웃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원경선이든 국민경선이든 국민들이 무슨 관심이 있겠느냐. 본인들 공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 통합을 통해 얼마나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와 고민을 먼저 이야기하고 맞춰간 다음에 공천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하는데 앞 과정이 없는 상황에서 그게 되겠나 싶다"고 토로했다. 또 "조건이 맞으면 통합하고 안 맞으면 창당한다는 것도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모순이고 불성실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안철수계는 기본적으로 안 전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까지는 기다리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수민 의원도 지난 12일 청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 전 대표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안철수계 의원들은 대부분 안 전 대표를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들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체제하에서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명제에도 동의하고 있다. 역으로 손 대표가 사퇴하고, 당을 쇄신할 새로운 인물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면 이들이 굳이 바른정당계와 손을 잡지 않고도 바른미래당에서 총선까지 뛸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변혁 안철수계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명분을 갖고 새정치를 해보려고 했지만 기대에 못미친 여러 오류가 있었고, 이제는 오류를 인정하고 실패를 통해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당에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 전제는 손 대표의 사퇴와 전당대회로 새 길을 여는 것인데 현재 원천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탈당은 못하지만 손 대표 체제에서 정치할 일은 없다. 그렇다고 유 전 대표와 같이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 오면 안철수계의 입장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변혁 관계자는 "유승민 대표에서 오신환 대표로 변혁 대표를 (지난 14일) 교체한 이후 전체 회의를 가져보진 않았다"며 "신당기획단 구성까지는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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