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논란이 재현되는 등 자사 제품 위생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맥도날드가 1년 반만에 주방공개 행사를 다시 열었다.
'햄버거병' 논란이 재현되는 등 자사 제품 위생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맥도날드가 1년 반만에 주방공개 행사를 다시 열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주방공개’가 맥도날드의 만병통치약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외식업체의 ‘성역’을 외부에 공개하는 행사의 위력이 입증되면서 주방공개를 위기 돌파용 카드로 삼고 있다.

◇ ‘툭 하면 주방공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맥도날드

맥도날드의 주방이 또 다시 열렸다. 지난해 5월 289개 매장의 주방에 소비자들의 입장을 허락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19일 한국맥도날드는 앞서 예고했던 대로 일반 소비자 1,600여명을 전국 310여개 매장으로 초청해 원재료 관리 및 조리 과정을 소개했다. 특히 이날에는 맥도날드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최신식 디지털 온도계 등 ‘디지털 푸드 세이프티 시스템’이 최초로 공개돼 관심을 배가 시켰다.

지난해 5월 맥도날드는 4세 여아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 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3년 만에 주방공개 행사를 부활시켰다. 맥도날드가 식당의 ‘출입통제 구역’과도 같은 주방에 또 다시 외부인들의 접근을 허락한 건, 식품 위생이 다시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맥도날드에서 패티가 덜 익는 ‘언더쿡’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조리 환경이 비위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주방공개 후 비판 여론이 수그러드는 광경을 목격한 맥도날드는 애써 잠재운 햄버거병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주방공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일각에선 맥도날드의 주방이 열릴 때마다 ‘결단’, ‘초강수’라는 표현을 써가며 결백 입증에 나서는 것처럼 평가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 맥도날드가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거의 해마다 주방 공개행사를 열어오고 있어서다.

맥도날드는 지난 2004년 업계 최초로 ‘오픈데이’ 행사를 열어 지난 15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제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퀄리티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된 행사는 2010년대 들어서는 채용 지원자들도 대상이 확대됐다. ‘전국채용의 날’ 등 맥도날드의 열린 채용 문화를 외부에 홍보하는 수단으로 주방공개의 역할이 진화했다.

주방공개는 2013년 ‘내셔널 오픈데이’라는 이름으로 개명되는데, 여기엔 조주연 대표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맥도날드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조 대표는 조 엘린저 당시 대표와 함께 ‘엄마가 놀랐다’ 캠페인을 전개하며 주방공개를 소통의 장으로 삼았다. 공개 대상 점포를 기존 100여곳에서 250여 곳으로 늘리고, 초대하는 소비자 규모도 5,000여명으로 대폭 확장했다.

내셔널 오픈데이는 맥도날드의 위생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위력을 발휘했다. 중국 맥도날드가 불량고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어 전 세계적으로 불신이 커진 가운데서 열린 2014년 행사는 국내 여론의 방향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조 대표는 햄버거병의 난국을 헤쳐나가고자 휴식기에 들어갔던 주방공개 행사를 부활시켰다.

전국 310여개의 맥도날드 주방이 공개된 19일, 맥도날드의 제품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다수의 언론들이 약속이나 한 듯 태세를 전환하면서 주방공개는 또 다시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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