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불출마 선언이 민주당 내 586 세대 퇴진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종석 전 실장 본인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는 입장이지만, 누구보다 임 전 실장이 586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하는 만큼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청산대상 비춰지는 것에 불만

586으로 통하는 민주당 내 의원들은 퇴진론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우상호 의원은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약간 모욕감 같은 걸 느끼고 있었다”고 했으며, 이인영 원내대표는 “개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가치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혁신할 것인지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586 세대 정치인들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586 세대는) 민주화 운동의 절정기인 6월 항쟁을 이끌며 전국적 규모의 운동으로 민주화 과정의 결정적 승리를 이끌어낸 세대”라며 “그들이 보인 집단적인 헌신성은 이제껏 어떤 정치세력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쌓은 기량으로 수구 기득권 집단에 맞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86 정치인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논란이 스모킹건이 됐다. 586 세대로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고 누구보다 ‘공정’을 부르짖었으나, 정작 본인은 딸의 입시를 위해 기득권을 이용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불법 여부를 떠나 딸의 인턴활동, 논문 참여 등은 일반 서민가정의 수험생이라면 시도조차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 20대 67%가 ‘386’ 의미 몰라

이 같은 흐름은 여론조사로도 일부 확인된다. <중앙일보>가 지난 9월 26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86세대가 한국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인정한 응답자가 각각 69%와 65.5%로 일단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386세대가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독점하고 있어 후속세대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질의에 ‘동의한다’는 응답자가 64.3%로 나타났다. 정치·경제 발전에 586세대가 기여한 바가 크지만 이제는 후속세대에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20대의 67.1%가 ‘386이라는 용어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청년층에게는 586세대가 민주화에 공헌을 한 세대라는 주장이 전혀 먹혀들지 않을 공산이 큰 대목이다. 반면 30대의 경우 ‘386을 모른다’는 응답은 30.2%였으며 40대는 9.2%에 불과해 인식률에 있어 20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전직의원은 “보수언론의 조사인 만큼, 의도성이 있다”면서도 “586이 기득권 세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민주당이 586세대를 공천했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지면 총선이 힘들어질 수 있겠다”고 우려했다.

이에 당내에서도 586세대가 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억울한 측면도 있고 충분히 개혁을 추진할 역량이 충분하지만, 대승적으로 비워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나라를 위해 더 봉사해야할 분들이 있지만 모두 물러나야 할 때”라며 한국당 해체를 주장했던 김세연 의원과 비슷한 맥락이다.

19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86세대의) 정치적으로 마지막 미션이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가 대거 진입할 수 있는 산파역할”이라며 “지난 촛불과 탄핵으로 86세대가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됐다. 당당하게 자랑스럽게 물러나도 된다. 정치 세대로서의 86세대는 이제 어지간히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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