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금협상 수석대표. /뉴시스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금협상 수석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가 19일 열렸지만 시작 1시간 만에 파행됐다. 미국이 새로운 항목을 신설해 5배 이상 증액을 요구한 데 대해 우리 측이 원칙론으로 맞서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잇따라 장외에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례적인 신경전까지 벌였다.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수석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항국 측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 요구에 호응하지 않았다”며 “한국 측에 재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늘 회의를 급하게 끝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측이 상호 신뢰와 동맹자 관계를 기반으로 임할 수 있을 때 협상은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우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미국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 간 합의해온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신 드하트 대표가 국회 등 우리 측 인사들을 만나 건넨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미국은 한반도 주둔 주한미군 비용뿐만 아니라 괌이나 하와이 등 역외에서 한반도 방위임무를 수행하는 전략자산들을 새로운 항목으로 분담금에 포함시켰다. 총 분담금 요구액은 47~50억 달러 수준으로 현재 부담하고 있는 9억 달러의 5배가 넘는다. 

하와이에서 열렸던 2차 협상 당시 미국 측은 이 같은 제안을 하며 한국이 여기에 맞춰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올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측은 2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시설비 ▲군수지원비 항목만 지원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3차 협상에서도 우리 측의 변화가 없자 미국이 조기 파행이라는 강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드하트 수석대표를 접촉한 국내 정치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협상의 기술’로 보고 있다. 과도한 분담금 인상도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생각일 수 있으며, 따라서 협상 파행과 같은 이례적 조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 측은 주한미군 축소·철수 등을 은근히 흘리며 우리 측을 압박하고 있다.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새로운 항목 신선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는 것을 느꼈다. 50억 달러로 만들라는 지시에 그걸 꿰맞추다 보니까 새로운 항목으로 제안한 것 같다”며 “이건 들어줄 수가 없고 일종의 호가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지난 추석 워싱턴 방문 때 만난 미 국무부, 백악관, 한반도 전문가들 전부 이구동성으로 ‘과도한 무리한 요구’(라고 했다)”면서 “(트럼프가) 원래 협상을 세게 부르고 그 다음부터 내려간다. 그래서 이게 미국의 요구라기보다는 트럼프 개인의 요구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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