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집 이야기] 그리운 나의 집, 그리고 아버지
2019. 11. 2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집 이야기’(감독 박제범)가 극장가를 따듯한 온기로 채울 수 있을까. / CGV아트하우스
영화 ‘집 이야기’(감독 박제범)가 극장가를 따듯한 온기로 채울 수 있을까. / CGV아트하우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혼자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신문사 편집기자 은서(이유영 분)는 살던 집의 계약이 끝나가고 정착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하자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고향 집에 잠시 머물기로 한다.

인천에서 24시간 출장 열쇠를 전문으로 하는 아버지 진철(강신일 분)은 가족들이 떠나버린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함께였던 ‘우리 집’을 떠나 각자의 ‘집’이 생겨버린 은서의 가족.

예상치 못하게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게 된 은서는 고향 집에서 지내는 동안 잊고 있었던 가족의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고, 평생 남의 집 닫힌 문만 열던 진철은 은서를 통해 자신의 가족들에게 조금씩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 ‘집 이야기’(감독 박제범)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으로 첫 공개된 뒤 호평을 이끌어냈던 ‘집 이야기’가 극장가를 따듯한 온기로 채울 수 있을까.

‘집 이야기’에서 은서를 연기한 이유영 스틸컷. / CGV아트하우스
‘집 이야기’에서 은서를 연기한 이유영 스틸컷. / CGV아트하우스

‘집 이야기’는 혼자 서울살이를 하던 신문사 편집기자 은서가 정착할 집을 찾아 이사를 거듭하던 중 아버지가 있는 고향 집으로 잠시 돌아가게 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집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 간직한 ‘집’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저마다 추억을 소환하고, 꿈·가족·성장·독립 등 우리 모두의 삶을 아우르는 이야기로 공감을 전한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하지만, 반복되는 이사에 지쳐 인생 첫 집으로 돌아가는 은서의 모습은 다양한 이유로 ‘머무는’ 집보다 ‘떠나는’ 집에 익숙해진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어 마음을 흔든다.

‘집 이야기’에서 현실 부녀 케미를 발산한 이유영(왼쪽)과 강신일./ CGV아트하우스
‘집 이야기’에서 현실 부녀 케미를 발산한 이유영(왼쪽)과 강신일./ CGV아트하우스

말 한마디 살갑지 않은 막내딸 은서와 무뚝뚝한 아버지 진철은 현실 부녀 그 자체다. 이들이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뭉클하다. 특히 모두가 떠났음에도 여전히 욱하는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소주 한 잔으로 그리움을 달래는 진철의 쓸쓸한 뒷모습은 우리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며 코끝을 찡하게 한다.

아날로그적 소품들에서 느껴지는 정서도 좋다. ‘열쇠 있읍니다’라는 진철의 손글씨가 새겨진 종이, 도어락이 아닌 열쇠, 종이신문과 난로 위 끓고 있는 주전자 등 시간이 멈춘 듯한 진철의 공간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486컴퓨터와 상장, 종이별 접기, 연필깎이 등으로 채워진 은서의 방은 과거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따스한 아날로그 감성을 전한다.

배우들은 호연을 펼친다. 딸 은서로 분한 이유영은 담백하고 사실적인 캐릭터 묘사로 2030세대들의 삶과 내면을 진솔하게 그려낸다. 아버지 진철 역을 맡은 강신일은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가족애로 특별한 시너지를 보여준다. 러닝타임 93분, 오는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