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했지만, 북한 측은 완곡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했지만, 북한 측은 완곡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5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대했지만 거절당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없고, 남북관계도 경색돼 있는 지금 방문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는 게 북한 측의 입장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모친 별세에 조의문을 보낸 김정은 위원장에게 지난 5일 답신 형태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의 공동노력을 국제사회의 지지로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안이 담겼다. 

고민정 대변인은 “정부는 남북정상이 모든 가능한 계기에 자주 만나서 남북 사이의 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하여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받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보며, 이러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평화번영을 위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하여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초대한 사실은 북한 측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거절의 뜻을 밝히면서 공개됐다. 북한 측은 친서의 내용과 관련해 “국무위원장에 대한 진정으로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면서도 “과연 지금의 시점이 북남수뇌분들이 만난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담았다. 북측은 “모처럼 찾아왔던 화해와 협력의 훈풍을 흔적도 없이 날려 보내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남조선당국”이라며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거친 의사표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참석하지 못한 데 대한 정중한 양해를 구하는 표시에 가까웠다.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 등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던 것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완곡한 표현들이 들어있던 게 사실이다.

실제 북측은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