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이른바 ‘깃발꽂기’ 논란과 관련해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달의민족이 이른바 ‘깃발꽂기’ 논란과 관련해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배달앱 업계를 선도하며 배달음식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온 배달의민족이 딜레마에 빠졌다. 자본주의 및 자유시장경제의 본질적 성격과 충돌하는 난제라는 점에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 깃발꽂기 성행… 부작용도 ‘심각’

배달의민족은 지난 25일 오후 “울트라콜 깃발꽂기에 대해 설명드립니다”라며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이날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른 것이었다. 배달의민족에서 운영 중인 유료 광고상품 ‘울트라콜’이 낳고 있는 부작용을 지적하는 내용의 보도다.

울트라콜은 점주가 지도상에 지정한 지점으로부터 반경 1.5km~3km에 위치한 이용자들에게 음식점을 노출시켜주는 월정액 상품이다. 1건의 계약 당 월 8만원의 요금을 받는다.

문제는 일부 점주들이 매출증대를 위해 울트라콜을 무분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음식점 위치가 아닌 다른 곳을 지정하거나, 해당 지역 일대에 여러 곳을 지정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이 경우 멀리 떨어진 곳의 고객에게도 해당 음식점을 노출시킬 수 있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노출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배달의민족을 기반으로 영업 중인 점주들 사이에선 이를 ‘깃발꽂기’라 칭한다고 한다.

물론 그만큼 많은 비용을 치러야한다. 다만, 그만큼 음식점 노출이 많아져 주문 및 매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에 실제 한 점주가 10여건 이상 울트라콜에 가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 50건 이상 울트라콜에 가입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배달의민족과 극히 일부 점주뿐이다. 다른 점주들은 과도한 경쟁구도에 내몰리게 되고, 이용자들은 특정 음식점들의 반복 노출로 인해 선택을 방해받는다. 배달의민족 역시 자신들의 정보 신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입장이나, 그보단 울트라콜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 대책 강구 나선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은 “이용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플랫폼이 되고자 노력하겠다”며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및 자유시장경제의 본질적 성격은 물론 배달음식 시장의 특성과 맞닿아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필수다. 기업과 매장들이 저마다 좋은 곳에 자리를 잡으려하고,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광고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화상태인 배달음식 시장은 특히 더 그렇다. 더 많은 주문을 받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배달앱이 있기 이전엔 전단지와 지역별 쿠폰북 등이 그 역할을 했다.

결국 논란이 불거진 핵심 배경은 배달앱이 지니게 된 막강한 영향력, 즉 ‘권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점주들은 보다 좋은 곳에, 보다 많이 노출되길 바랄 수밖에 없다. 음식의 맛과 서비스 못지않게, 노출에 따라 주문과 매출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앞서 휩싸인 바 있는 논란도 이번 논란과 성격이 다르지 않다. 배달의민족은 상위노출을 입찰 방식으로 판매하는 ‘슈퍼리스트’를 운영하다 점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중단한 바 있다. 불과 올해 4월 있었던 일이다. 이 역시 노출이 주문 및 매출로 이어지고, 더 많은 주문 및 매출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울트라콜 복수 가입을 불가능하게 하고, 각 음식점 노출을 전면 랜덤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배달의민족은 중요한 수익원을 잃게 된다. 음식점 수백 곳이 저마다 10개의 ‘깃발’만 꽂아도 수억원대의 수익이 발생한다. 또한 노출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될 수 있고, 정당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점주들이 반발도 제기될 수 있다.

배달의민족 측은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내는 업소가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선택 받는 업소가 더 많은 기회를 가져가야 한다는 게 우리의 철학”이라고 강조하며 “광고비 지출 대비 매출 증대 효과를 모든 업주가 균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배달의민족이 지속적으로 이용자와 업주의 선택을 받으며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깃발꽂기’의 문제점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해결책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여러 단체들과 지혜를 모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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