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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VR과 AR의 미래, ‘콘텐츠’ 확보에 달렸다
[기자수첩] VR과 AR의 미래, ‘콘텐츠’ 확보에 달렸다
  • 박설민 기자
  • 승인 2019.11.27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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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009년 영화 ‘아바타’는 3D로 구현된 판도라 행성의 환상적인 모습으로 많은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3D 디스플레이’ 열풍이 불었다. 특히 집에서도 3D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3D TV 개발 열기는 뜨거웠다.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 역시 3D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TV시장에서 3D TV는 사라졌다. 3D 안경의 불편함, 비싼 가격 등 다양한 이유와 더불어 ‘콘텐츠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이후 3D TV의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의 자리를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기술이 이어받게 됐다.

올해 들어 VR과 AR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대용량 데이터 전송 고민이 초고속 이동통신 5G를 통해 해결됐기 때문이다. 많은 IT기업들은 VR‧AR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서둘러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급속도로 성장하는 VR‧AR 시장을 보면 과거 3D TV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눈의 피로감, 비싼 가격, 불편한 기기 등 3D TV와 아주 유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VR과 AR 콘텐츠가 풍부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현재 VR의 경우 즐길만한 콘텐츠는 길어야 20분에서 30분이 고작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는 VR 테마파크, VR게임방 등 가볍게 즐기는 오프라인 콘텐츠 정도의 인식이다. AR 역시 마찬가지다. 2016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포켓몬 고’ 이후 이와 흡사한 신작만 간간이 등장할 뿐 새로 흥미를 끌만한 콘텐츠는 보이지 않는다. 

콘텐츠 부족은 VR과 AR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떨어뜨린다. 이는 기업들의 콘텐츠 투자를 줄여 콘텐츠 개발을 점점 더 힘들게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10월 VR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VR사업이 콘텐츠 부족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자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구글이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AR게임 역시 이용률이 2017년 23.8%에서 2018년 1.0%로 떨어지면서 잠깐의 유행에 불과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60년대 처음 등장해 현재 가장 강력한 미디어 콘텐츠로 자리 잡은 ‘컴퓨터 게임’은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컴퓨터 게임 역시 비싼 컴퓨터의 가격, 눈의 피로도 등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재미있는 콘텐츠’가 꾸준히 공급됐기 때문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VR과 AR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재미있고 다양한 콘텐츠의 확보가 필수적인 이유다. 

콘텐츠 부족으로 사장된 3D TV의 과거가 재현돼서는 안된다. 부디 VR과 AR이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통해 미디어 문화와 기술 산업의 판도를 바꾼 컴퓨터 게임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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